중앙노동위원회가 2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업체 51곳 중 32곳이 현대차와 불법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정했다. 지난해 2월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에도 불법파견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중노위의 이날 판정은 현대차 울산공장과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창원공장의 사내하도급 전체를 불법파견으로 본 대법원 판결에는 미치지 못했다.

◇“불법파견 직원 징계권은 현대차에”=중노위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423명이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징계 구제신청에 대한 재심에서 274명을 부당징계로 판정했다. 울산공장 51개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2010년 11~12월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 1공장 점거파업을 벌인 것을 이유로 사내하청업체로부터 해고·정직 등의 징계를 받았다.

중노위는 특히 "사내하청업체 51곳 중 32곳은 현대차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의장부·차체조립부에 배치된 사내하청업체 전부와 일부 도장부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반면에 일부 도장부와 엔진·변속기 조립부, 시트부 공정에 투입된 19개 업체는 적법도급 판정을 받았다.

중노위는 불법파견으로 판정한 32개 업체 267명에 대해서는 부당징계로 판정했다. 합법도급으로 분류된 업체 직원 7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는 “불법파견 업체 소속 직원들은 원청인 현대차가 사용주임에도 사내하청업체가 이들을 징계한 것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부당한 징계로 간주했고 적법도급업체 직원 중에서도 일부는 징계사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불법파견 ‘현재진행형’=중노위의 판정은 51개 업체 중 21개 업체만 불법파견으로 보고, 451명 중 23명에 대해서만 부당징계를 인정한 부산지방노동위원회 판정과 비교된다. 당시 부산지노위는 “하청업체가 원청의 결정에 따라 작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청회사가 담당할 업무와 일할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했다”는 이유로 1·3공장에 대해서는 불법파견 결정을, 2·4공장에 대해서는 합법도급 결정을 내려 노동계의 비판을 받았다.

부산지노위는 부당징계 여부와 관련해서는 불법파견 판정을 한 1·3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현대차 직원으로 보면서도 사내하청업체가 징계한 것에 대해 대부분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등이 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징계는 원청과 하청 모두 내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 가운데 중노위가 267명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해 현대차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다. 지금까지 현대차 사측은 "울산공장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지난해 2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소송에 참가한 최병승씨만 복직시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중노위는 이번 재심판정을 위해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현장조사를 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사내하청업체들이 불법파견을 계속했다는 얘기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중노위 판정은 최병승씨만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고 한 현대차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현대차는 "중노위에서조차 상당수 사내하도급에 대해 적법판정을 내렸다"며 "사내하청노조가 주장하는 전원 정규직화 요구는 이제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불법파견·적법도급 기준은?=그럼에도 중노위 판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지엠대우 창원공장의 사내하청 생산공정 전체를 불법파견으로 본 대법원 판결 취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는 원·하청 혼재 여부를 중심으로, 지엠대우 창원공장에서는 혼재 여부와 무관하게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중노위는 대법원이 현대차 직원이라고 간주한 최병승씨가 일했던 의장공정 전체와 차체공정 사내하청업체를 불법파견으로 판정했다. 이에 반해 도장공정은 5곳 중 2곳을 불법파견으로, 3곳은 적법도급으로 봤다. 엔진조립공정의 경우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현대차 아산공장 관련 사건 재심을 뒤집었다.

이선이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울산법률원)는 “중노위는 엔진조립공정에서 원·하청 직원이 혼재해 근무하는데도 적법도급으로 보고, 도장공정 일부는 혼재하는데도 불법파견으로 봤다”며 “중노위의 판정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중노위 관계자는 “혼재 여부뿐 아니라 작업공정과 작업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내린 판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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