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 20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51개 사내하청업체 중 32곳이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가운데 현대차 사측과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 3개 지회가 중노위 판정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중노위 판정 이행방안과 관련해 “원·하청노사 특별협의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비정규직지회는 “중노위 판정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노위 판정 물타기 나선 현대차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사측은 지난달 나온 울산지법의 판결을 홍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10년 10월 불법파견이라는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결정이 나온 뒤 같은해 11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사내하청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울산공장 점거파업을 벌인 것과 관련해 나온 업무방해 형사판결이다.

울산지법은 “(소송 당사자인 최병승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다른 근로자에게 확대 적용해 전원 정규직화를 주장하고 불법파업을 벌여서는 안 된다”며 파업참가자 김아무개(44)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대법원 판결은 최병승에 대한 개인 판결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노위 판정이 나온 이달 20일 사측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뉘앙스가 달라진다. 당시 현대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19개 업체가 적법도급을 인정받은 만큼 하청노조의 ‘모든 사내하도급의 불법파견’ 주장은 논리적 근거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뒤집으면 나머지 32개 업체에 대한 불법파견 판정은 반박할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다.

중노위 판정을 기준으로 하면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 8천500여명 가운데 최소한 4천여명의 인력·공정을 정규직화해야 한다. 현대차가 뒤늦게 울산지법 판결을 홍보하고 나선 것은 이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법파견 조합원들, 정규직지부 가입해야”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입장에서도 중노위 판정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지난해 2월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사측은 최병승씨 개인에 대한 판결로 의미를 축소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중노위 판정으로 최소한 4천여명에 이르는 공정을 정규직화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확보한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지회는 중노위가 불법파견이라고 간주한 의장공정 등에 대한 정규직화 문제가 향후 재개될 원·하청 특별교섭에서 쟁점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파견 정규직화는 이행의 문제이지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차 사측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노위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한 32개 업체 공정의 정규직화 문제는 이후 특별협의에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중노위 판정을 이행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지회 관계자는 “지난해 특별교섭을 한 것은 최병승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해석논쟁이 있으니까 협상으로 풀자는 의도였다”며 “중노위 판정은 협상대상이 아닌 이행의 문제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책임지고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지회는 중노위 판정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불법파견 공정으로 분류된 도장공정과 차체공정 조합원들을 정규직지부에 가입시켜 달라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9일에 이어 30일 간담회를 열고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원·하청 노사 특별교섭 재개 여부를 논의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