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사장 이재갑)이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의 산업재해를 인정한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피해자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정치권에서 공단의 항소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6일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 따르면 공단은 삼성반도체에 다니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김경미(사망당시 29세)씨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산재인정 판결에 불복해 지난 5일 항소를 제기했다.

공단 경인지역본부는 이달 1일 서울고검에 공문을 보내 "발암물질에 노출됐다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추정적 판단을 하고 있는 점에 비춰 법원의 잘못을 주장해 볼 만하다"며 서울행정법원의 산재 인정 판결을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공단은 삼성백혈병 산재인정 문제를 두고 여러 재판이 진행 중인 것을 염두에 둔 듯 "이 건을 포기하는 경우 공단이 업무상질병을 인정한다는 심증을 주고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검찰에 항소제기 여부 지휘를 요청했다.

이에 서울고검은 4일 회신 공문을 통해 "각종 유해화학물질이나 전리방사선에 노출된 것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제기 결정사실을 공단에 알렸다. 검찰의 판단에 따라 공단은 5일 오후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공단의 항소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정치권은 반발했다. 반올림은 성명을 내고 "공단의 항소는 산재보험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이자 스스로 반노동자적·친자본적 기관임을 낯부끄럽게 밝힌 셈"이라며 "공단의 항소제기로 인해 유족들이 더 힘겨운 고통을 겪게 됐다"고 우려했다. 심상정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정감사에서 항소 재고를 요청했고 이재갑 이사장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며 "항소를 결정해 놓고 있었으면서도 이사장이 국감장에서 위증을 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이사장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국감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이 송부되면 유족 상황과 법률관계를 고려해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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