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애림
전국비정규직
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로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지구 반대편 터키에서도 닮은꼴 참사가 벌어졌다. 지난 13일 터키의 소마 광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뒤 383명의 노동자가 구조됐지만 14일 이후 생존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터키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사고 당시 787명의 노동자가 광산 내부에 있었다고 한다.

현재 터키 집권당인 AKP(정의개발당) 정부가 전면적으로 추진한 민영화 정책 중에서도 광산 민영화는 특히 수많은 노동자의 목숨을 대가로 가져갔다. 국가나 주가 소유했던 광산들은 2005년 ‘소마 석탄’이라는 민간기업으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정부는 이와 동시에 민간기업이 새로운 광물자원을 찾기 위해 더 깊고 더 위험한 지역으로 채굴을 확대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광산 민영화 방식은 정부가 광산 소유권은 계속 가지면서 광산 운영권만 민간기업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민간기업은 채굴한 광물자원을 정부가 소유한 발전소에 독점 공급할 수 있게 됐다.

민영화된 광산에서 노동자의 안전은 비용으로 꼽히지도 못했다. 2012년 9월 소마 석탄의 소유주는 “국영기업 시절 톤당 130~140달러였던 채굴 비용이 민영화 이후 톤당 23.8달러까지 떨어졌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마법의 비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단지 ‘민간부문의 사업 스타일’이라고만 밝혔다.

그 ‘사업 스타일’이란 결국 노동자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것이었다. 필수적인 안전장비들이 무시됐고 사망사고가 빈발해졌다. 광산에서 보고되는 산재사망자는 2005년 18명에서 2013년 92명으로 치솟았다. 심지어 2010년 5월17일 30명의 목숨을 앗아 간 카라돈 광산 사고에 대해서는 터키 노동부 장관이 (사망자가 화염으로 죽지 않고 가스에 질식해 죽은 것을 두고) “그들은 깨끗하게 죽었다”고 한다든지, 국무총리가 “그 광부들은 죽을 운명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정권은 국민의 안전에 대해 무감각하고 파렴치했다. 마치 박근혜 정부를 보는 것처럼.

그러나 터키 노동자들은 충격과 비탄에만 빠져 있지 않았다. 다양한 노조와 정치단체들이 항의시위를 조직했고, 수만 명의 노동자들이 항의파업에 동참하고 있으며 거리에서 공권력과 맞서고 있다. 터키 전역에서 벌어지는 항의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은 다양하지만 그들이 내건 구호는 동일하다.

“이것은 사고가 아니다, 이것은 살인이다.”

세월호 참사 역시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운 기업과 정부에 의해 초래된, 사고가 아닌 살인이다. 자신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 어떠한 정보도 안전장비도 제공받지 못한 채 반도체를 만들다가 암으로, 백혈병으로 죽어 간 노동자들 역시 ‘기업살인’의 희생자들이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하루 걸러 발생하고 있는 사망사고 역시 사고가 아닌 기업살인이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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