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인 비용조정을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금융권 구조조정이 금융산업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근시안적 대응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는 10일 한국노동연구원 월간노동리뷰 9월호에 실린 ‘금융산업 구조조정과 고용안정 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권 교수는 금융권이 구조조정 홍역을 앓고 있는 원인을 수익성 저하에서 찾았다. 실제 은행권의 경우 본업인 예금·대출로 번 이익인 순이자마진(NIM)이 2009년 3분기 이후 1%대로 떨어졌고,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한 증권사들은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선 덕에 올해 1분기에 힘겹게 흑자로 돌아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몸집을 불리기 위해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을 올렸던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의 덫에 걸려 역마진에 신음하고 있다.

권 교수는 “국내 금융회사의 실적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천수답(天水沓) 영업에만 몰두하느라 핵심경쟁력에서 뒷걸음질을 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영업 관행이 금융산업의 성장잠재력을 깎아 먹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특히 SC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점포축소와 인력감축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SC은행과 씨티은행의 지난해 순이자마진은 각각 2.22%와 2.79%로 7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이고,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7대 시중은행 중 순이자마진이 증가한 곳도 이들 두 은행뿐”이라며 “국내 시중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점포비용 때문이 아니라 증권·파생상품·외환 관련 업무부문인 기타영업수익(비이자부문)의 막대한 손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점포비용을 무리하게 줄이면 고객 이탈과 금융사고 증가 가능성이 커져 더욱 심각한 수익성 악화로 번질 수 있다”며 “금융업 위기에 대응하려면 무조건적인 점포축소보다는 점포의 영업력 극대화와 금융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기존 점포와 인력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점포 영업력 극대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유연한 점포 운영을 강조했다. 예컨대 일반 직장인들의 점포이용률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을 줄이는 수량적 유연화가 아니라 업무조정을 통한 기능적 유연화를 택하라는 주문이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영업시간·영업일 조정 △인스토어 점포 보급 확대 △교대근무제 시행과 탄력적 근무시간제 도입을 제안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