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해외 소매금융사업에서 손을 떼는 추세인 가운데 이들 은행의 국내시장 철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미국 씨티그룹과 영국 HSBC 등 글로벌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규제 강화·현지은행의 영향력 확대를 이유로 해외 소매금융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씨티그룹은 일본·이집트·코스타리카·과테말라·헝가리 등 수익률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11개국에서 소매금융사업 철수계획을 발표했다.

HSBC는 최근 몇년간 한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20여개국에서 소매금융사업을 중단했다. HSBC는 해외 영업점을 40여개국으로 줄였다. 바클레이즈는 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지역 소매금융사업에서 철수했고, GE캐피탈은 유럽 소비자금융사업을 매각할 방침이다.

글로벌 은행들의 해외사업 정리는 진출지역에서의 수익성 악화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규제 강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예컨대 씨티그룹은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에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금융위기 등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는 재무건전성 조사)에서 사업의 복잡성을 이유로 질적평가에서 탈락했다. HSBC는 2012년 돈세탁 등 불법거래 혐의를 받은 직후 해외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현지은행들의 강화된 경쟁력도 글로벌 은행들의 해외사업 전략수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동지역에서는 카타르 국립은행이 아프리카까지 진출했고, 중남미 지역에서는 콜롬비아 최대 은행지주 그룹인 그루포 아발(Grupo Aval), 아시아에서는 DBS·ICBC가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들의 소매금융사업 구조조정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씨티그룹과 스탠다드차다드의 경우 국내 소매금융사업 철수를 저울질하는 등 사업축소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한국씨티금융은 지난달 계열 여신전문금융업체인 한국씨티그룹캐피탈 매각방침과 함께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사업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외자계 은행의 국내사업 구조조정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며 "국내 금융회사들도 소매금융부문 해외진출시 진출국가의 장기적 성장성과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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