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원청업체의 산업재해 건수를 계산할 때 하청회사 산재까지 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고용노동부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노동부는 "행정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7일 국회에 따르면 환노위는 지난 5일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산안법 개정안을 비롯해 63건의 노동관련법 심사를 시작했다. 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산재 발생건수·순위·재해율 등을 노동부 장관이 의무적으로 공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통계를 작성할 때 사내하도급업체에서 산재가 발생할 경우 원청의 산재 건수에 합산해 발표하도록 했다. 위험·안전업무 외주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재에 대한 원청의 구속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개정안은 법안소위 통과에 실패했다. 노동부가 “행정력 부족”을 이유로 법안에 반대했고, 여당도 이에 동조했다. 노동부는 신경림 새누리당 의원과 같은 당 윤재옥 의원이 각각 발의한 산안법 개정안도 반대했다.

신 의원은 개정안에서 산재 관련 시책을 마련할 때 성별 특성을 반영하고, 안전·보건상 조치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대상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포함시켰다. 윤 의원은 개정안 제2조(정의)에 '감정노동'을 넣었다. 노동부는 “사회적 논의가 덜 됐다”며 반대했다.

산안법 개정안 중에는 일부 의견이 접근된 법안도 있었다. 주영순 새누리당 의원과 노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현행 '1천만원 이하'인 중대재해 은폐시 기업에 부과하는 과태료를 '5천만원 이하'로 상향하자는 개정안을 내자 노동부는 '3천만원 이하'로 중재안을 냈다.

반면 노동부는 산안법 24조(보건조치)에 규정된 사업주의 건강장해 예방조치 항목에 “고객 등의 폭언·폭행 또는 무리한 요구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건강장해”를 포함하자는 한명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개정안에는 반대하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원·하청 산재 수치를 합하는 것은 간단한 프로그램만 돌리면 될 일인데 행정력 운운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현재 심의되고 있는 법안에 여당 의원들조차 별다른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산업안전 강화 입법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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