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조선업종 사내하청 노동자 10명 중 8명(84.3%)은 사내하청 노동자가 원청 노동자보다 산재위험이 높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절반(47.7%)은 작업 중 산재경험이 있지만 산재보험은 7.2%만 적용받았다. 철강·플랜트 사내하청 노동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개최한 ‘산업재해 위험직종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연구용역을 맡은 한림대 산학협력단 책임연구원 주영수 교수(직업환경의학과)가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조선(288명)·철강(245명)·플랜트(258명) 업종 사내하청 노동자 7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원·하청업체 및 안전보건공단 면접조사, 전문가조사로 이뤄졌다.

조선·철강·플랜트 사내하청 노동자 위험 노출 ‘심각’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교육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명시한 2주 1회를 지킨 곳이 조선업종 53.4%, 철강업종 8.4%, 플랜트업종 8.6%에 머물렀다. 조선에서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일한 경우가 59.5%나 됐고, 철강·플랜트에서는 작업환경측정을 경험한 경우가 44.3%·24.2%에 그쳤다.

“원청 노동자보다 산재위험이 높다”고 여기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조선 84.3%, 철강 92.3%로 나타났다. 사내하청 노동자의 산재위험이 더 큰 이유로는 △더 많은 작업량(조선 93.1%·철강 94.8%) △위험업무 담당(조선 90.2%·철강 96.8%) △작업시간 불규칙(조선 82.0%·74.6%) △안전조치 미흡(조선 77.2%·철강 83.8%) △작업 중 이의제기 못함(조선 77.2%·철강 72.1%)을 각각 꼽았다.

작업 중 산재를 경험한 경우는 조선 47.7%, 철강 58.6%였다. 그럼에도 산재보험을 신청한 경우는 조선 7.2%, 철강 7.9%, 플랜트 20.3%에 그쳤다. 나머지는 공상으로 처리하거나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고, 혹은 치료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재보험 처리를 못한 이유로는 조선의 경우 “원·하청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42.2%), “원·하청업체가 산재보험 처리를 못하게 강요해서”(37.4%)라는 응답이 나왔다. 철강·플랜트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사내하청 산업안전 책임소재에 대해서는 원·하청업체 모두에게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조선 70.6%, 철강 75.3%로 각각 나타났다.

“산재공시제도 도입해야” … 위험업무 도급금지 요구 많아

주영수 교수는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산재위험이 전가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정기적으로 기업의 고용형태별 산재실태를 파악해 공개해야 한다”며 “노동부 근로감독·노조 제보·시민사회단체 모니터링 등의 수단을 통해 조사자료의 객관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원청사업주 처벌 강화 △유해위험업무 하도급 금지 제도화 △물량팀 등 다단계 하도급 금지 △하청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 부여 △사업장 상시근로자 기준 원청이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고용공시제도처럼 원·하청 산재를 모두 포함해 공개하도록 산재공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량팀 등 중재재해 발생업무나 높은 위험업무에 대해서는 재하도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이번 연구조사에서 포괄하지 못한 50인 미만과 서비스업을 포함해 고용노동부는 하청노동자 산재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원·하청 합산 산재통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논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사내하청 노동자 산재대책을 마련하라고 노동부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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