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논란이 2009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불거진 가운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시행효과에 대한 논쟁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업체 기간제 현황조사와 비정규직 패널조사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기간제법 시행효과를 엿볼 수 있는 정부 통계는 두 가지다. 모두 2009년 '100만 해고대란설' 논란 이후 노동부가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형태 변화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2010년 4월부터 실시한 조사 결과다.

하나는 매달 발표되다가 올해부터 분기별 조사로 바뀐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 조사’다. 통계청이 실시하는 전국사업체조사를 기반으로 조사시점에 기간제들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지, 아니면 계약이 종료되는지를 파악한다.

또 다른 하나는 2010년 4월 당시 표본화한 기간제 노동자 등 비정규직 2만여명의 일자리 이동경로를 조사한 ‘비정규직 근로자 패널조사’다.

정규직 전환비율, 근속연수 길면 높아진다?

이기권 장관은 사업체 기간제 현황조사를 근거로 사용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계약이 끝나는 2만6천327명의 기간제 중 77%가 계약이 종료됐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11.9%에 그쳤다. 사업주가 계약종료나 정규직 전환을 언급하지 않아 기간제법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규직이 된 비율은 11.1%였다. 10명 중 7명 이상이 계약해지되기 때문에 사용기간 연장을 통해 고용을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기간제법상 2년인 사용기간을 유지하면 정규직 전환 비율보다 계약해지 비율이 훨씬 높으니까 기간제 지위라도 좀 더 유지시키자는 발상이다. 일자리의 질보다 양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사업체 기간제 현황조사를 보면 장기근속을 할수록 정규직 전환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1년6개월 미만 근속자는 정규직이 되거나 계속고용되는 비율이 18.1%에 머물렀지만, 2년 이상은 54.7%나 됐다.

다시 말해 기간제법상 사용제한 기간인 근속연수 2년을 넘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 여부를 면밀하게 분석해 봐야 한다는 얘기다. 사용자들이 기간제 노동자들의 계약해지 또는 계속고용 여부를 주로 판단하는 시점은 근속기간 2년 정도이기 때문이다. 실제 2년 이상 된 노동자들이 자신이 계약상 정규직으로 전환된 것인지, 자연스럽게 묵시적으로 계속고용된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비정규직 패널조사도 기간제법 시행효과 '글쎄'

비정규직 근로자 패널조사를 봐도 기간제법 시행효과는 모호하다.

2010년 4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비정규직 2만명을 추적했더니 2년 이상 일한 노동자 120만8천명 중 같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비율은 6.2%에 그쳤다. 다른 회사로 이직해 정규직이 된 경우는 8.9%였다.

이들과 함께 근속연수 2년이 지나 자연스럽게 정규직으로 전환한 이들을 합치면 47.2%가 정규직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 절반이 채 되지 않아 통계상으로는 기간제법 효과를 특정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중장년 이상 기간제들은 계약연장을 원한다는 이유로 특정 나이대의 계약기간 연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기권 장관은 올해 국정감사와 각종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계속해 왔다. 그럼에도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노동부는 전문가들에게 용역을 의뢰해 조사한 설문조사를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하는데, 용역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2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에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대한 정부안을 제시하면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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