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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본 2014년] 보수화 경향 뚜렷해진 법원 탓에 울고 웃은 노동자들

기사승인 2014.12.2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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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들에게는 지옥 같은 상황이 펼쳐졌고 전국교직원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통합진보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사법살인을 당했다. 지난해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며 23일간 세상을 뒤흔든 철도노조 지도부는 업무방해 소송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판결로 본 2014년은 노동자들에게 희비가 교차하는 한 해였다. 법원의 보수화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오락가락 통상임금 판결=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판결을 근거로 올해는 통상임금 소송전이 뜨거웠다. 현재 하급심은 대법원 판결대로 ‘재직자 요건’이 붙었을 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퇴직시 일할 지급’을 명시한 경우에는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반된 판결도 나왔다. 대법원은 5월 "한국지엠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이라고 판시했다. 퇴직시 일할 지급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 부산지법은 10월 르노삼성자동차 정기상여금의 경우 재직자 요건이 붙어 있더라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미지급된 통상임금 소급적용 기준이 되는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신의성실의 원칙)을 두고도 법원마다 잣대가 달랐다. 6월 서울중앙지법은 아시아나 통상임금 판결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추가 지출이 1.3% 증가하는 데 그친다”며 신의칙 위배가 아니라고 봤다.

반면 9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동원금속 통상임금 판결에서 “인건비 추가 부담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라며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올해 크게 관심을 모았던 서울중앙지법의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은 연기를 거듭하다가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판결도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달 22일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의왕ICD) 근로자 14명이 제기한 임금소송에서 “주 40시간을 초과한 근무시간에 해당할 경우 휴일 여부와 관계없이 연장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에는 성남시와 안양시 환경미화원이 제기한 소송을 포함해 5건의 유사한 재판이 계류돼 있다.

◇정리해고 노동자들 희비 교차=쌍용차 해고자들에게 올해는 희비가 교차하는, 그리고 눈물로 막을 내린 한 해였다. 2월 서울고법은 쌍용차 정리해고가 무효라고 판결했다. 정리해고가 필요한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위기를 인정하기 어렵고, 해고회피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특히 쌍용차가 회계조작을 통해 경영위기를 부풀렸다고 판단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쌍용차 정리해고는 유효하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아직 닥치지 않은 미래의 경영상 어려움’을 정리해고 사유로 해석했다.

콜텍 해고자들에게도 올해는 기억하기 싫은 해다. 대법원은 6월 콜텍 대전공장에서 정리해고된 노동자 24명이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회사 전체 경영에 문제가 없어도 특정 사업부문의 경영이 악화되면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이유를 달았다.

이에 반해 포레시아배기컨트롤시스템코리아 정리해고자들은 3월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다. 해고된 지 4년10개월 만이었다. 대법원은 노사가 합의한 고용안정협약을 어기고 해고할 만한 경영상 위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철도노조 파업’ 엇갈린 판결=1년 전 이맘때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세상을 뒤흔들었다. 23일간의 파업은 철도노조 역사에서 가장 긴 파업으로 기록됐다. 후폭풍은 거셌다. 업무방해 혐의로 지도부 구속과 거액의 손배·가압류가 몰아닥쳤다.

그런데 서울서부지법은 이달 22일 김명환 전 위원장 등 지도부 4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철도노조 파업은 불법이지만,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전격성을 띠지 않았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전격성을 띠고 사업운영에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에만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한 것이다.

사법부의 갈지자 행보는 계속됐다. 8월 대법원은 2009년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일부 업무방해죄를 인정했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했지만 파업을 강행할 것이라고 사측이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였다. 노조는 “충분히 예측가능한 파업이었다”고 반발했다. 논란의 여지를 남긴 판결이었다.

◇현대차 불법파견 판결 받으면 뭐 하나=서울중앙지법은 9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 나선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대차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2010년 7월 대법원이 최병승씨의 부당해고를 인정한 뒤 또다시 확인된 불법파견이었다. 같은달 서울중앙지법은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역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을 도입한 모든 공정에 투입된 사내하청 노동자는 ‘도급’이 아닌 ‘파견’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 원·하청 노사는 판결에 앞서 8월 사내하청 노동자 대상 특별고용을 확대하고 일부 경력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금속노조 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는 반대했다.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현대차가 제기한 거액의 손배·가압류에 시달리고 있다.

◇전교조·공무원노조·통합진보당의 시련=박근혜 정권 들어 전교조·전국공무원노조·통합진보당은 시련을 겪었다. 서울행정법원은 6월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로 판단했다. 교육부의 후속조치는 빨랐다. 전교조 전임자 복귀지침을 내리고 사무실 반납을 지시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9월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내노조를 유지하면서 2심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별도로 공무원노조는 지난해 설립신고증을 끝내 받지 못했다. 헌법재판소는 3월 공무원과 교원의 정치활동 금지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공무원과 교사가 노조활동과 정치활동에서 모두 손발이 묶인 셈이다.

통합진보당은 아예 조직이 사라졌다. 헌법재판소는 이달 1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해산 결정을 내렸다. 5명의 국회의원직까지 박탈했다.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의 근거가 된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서울고법이 8월 무죄를 선고했는데도 말이다.

◇고 황유미씨 산재인정·재능노조 실체 부정=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주인공으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가 8월 서울고법에서 산재를 인정받았다. 같은 병으로 숨진 동료 고 이숙영씨도 함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9월 상고를 포기했다.

서울고법은 8월 재능교육 학습지교사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지위를 부정하고, 99년 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아 단체교섭까지 한 재능교육노조의 실체를 부정했다. 특수고용직의 노동자 지위가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언론노동자들은 올해도 수난을 당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명박 정권 시절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구본홍 전 YTN 사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노종면 전 언론노조 YTN지부장을 비롯한 조합원 3명에 대한 해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5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눈에 띈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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