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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에 비친 2014년] 정규직은 역적 되고 비정규직은 농성하고

기사승인 2014.12.29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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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쿵저러쿵(쿵쿵) 기사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는 지면입니다. 올해 유독 사건이 많았는데요. 2014년을 쿵쿵으로 되돌아봤습니다.

노동자를 위한 법은 없다

박근혜 정부 시대의 법은 노동자들에게 유독 가혹했습니다. 올해 1월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가 구속됐습니다. 철도민영화 저지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였는데요. 국제노총(ITUC)을 비롯한 국제노동계는 철도노조 지도부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존 에반스 OECD-TUAC 사무총장은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해 형법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지요.

울산지법은 10월 공장 점거농성을 벌인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 122명에게 7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11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적법하며 회계조작 논란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노동사건을 대리하는 금속노조 법률원과 민변 소속 변호사들은 집회에서 경찰의 공무수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정규직 과보호 해소대책 언제 나오나요?

정부도 노동자들에게 야박했는데요. 특히 기획재정부의 콧대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7월 공공노련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 공공정책국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뒷목을 잡았다고 합니다. 성아무개 공공정책국 경영혁신과 사무관이 "면담은 어렵고 , 면담요청 공문 회신도 하기 싫다"며 "노조의 목소리는 허공에 울려 퍼지는 메아리"라고 비아냥댔기 때문인데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자들 간 첫 비공식 만남이 최 부총리의 갑작스러운 취소 연락으로 불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나 정규직 고용유연화 등 중요한 노동정책과 관련해 기재부가 일부 대책을 유포하면서 고용노동부조차 기재부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이를 부인하던 노동부는 이후 기재부 발표를 재정리하듯 발표내용 일부를 실제 정책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자들은 노동정책이 하향 평준화 방식으로 마련되는 것을 비꼬면서 '비정규직 종합대책' 대신 "정규직 과보호 해소대책은 언제 나오냐"고 질문했다고 하네요.

"투쟁하게 해 줘서 고맙다" 따끔한 일침

정부와 정치권에 노동자들이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달 18일 열린 '노사갈등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대토론회'에서 김주익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정부는 얼마 전에는 공무원이 역적이라더니 지금은 정규직이 역적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세계적 기업에서 땅콩 하나로 정규직 모가지가 날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는데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노동시간 연장과 휴일수당 삭감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한국노총은 3년 만에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2011년 7월 새누리당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에 이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한국노총을 다시 새누리당사 앞으로 불러낸 셈인데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대회에서 "공공부문 정상화 문제로 한국노총과 공공부문 노동계가 많은 고생을 했는데, 권성동 의원이 발의한 법안 하나로 한국노총이 이렇게 투쟁의 장을 열 수 있었다"며 "권 의원에게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하늘에 매달리거나 땅에서 굶거나

1년 내내 해고자와 비정규직의 절박한 농성이 잇따랐는데요. 경북 구미시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 차광호씨는 5월 해고자 복직과 공장매각 중단을 요구하며 공장 굴뚝에서 고공농성에 돌입했습니다. 농성 초기 경찰이 의약품과 휴대전화 배터리·텐트까지 반입을 금지해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기도 했습니다. 씨앤앰 비정규직 강성덕·임정균씨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이창근씨도 각각 파이낸스빌딩 앞 옥외전광판과 공장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60대 비정규 노동자가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건국대 주차관리노동자 이아무개씨는 8월 대학이 주차관리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해고 위기에 처하자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80일이 넘도록 천막농성을 벌이다 결국 11월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같은달 정리해고 투쟁 10년차를 앞둔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장은 복직과 코오롱 사측의 책임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는데요. 단식은 최일배 위원장이 심각한 건강악화로 쓰러지기까지 42일간 이어졌습니다.

어려울수록 '손잡고'

힘든 시기였던 만큼 서로의 손을 맞잡는 사례도 잇따랐습니다. 손배·가압류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시민들이 15억원에 달하는 성금을 모으기도 했는데요. '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와 아름다운재단이 진행한 '노란봉투 프로젝트'입니다. 2월부터 6월까지 4만8천여명이 참여한 프로젝트에 일반 시민을 비롯해 세계적 석학인 노암 촘스키 교수와 가수 이효리씨 등 여러 유명인사가 참여했는데요. 11월에는 연극으로도 만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연대의 토대도 곳곳에 구축됐습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삼성전자서비스센터 등 간접고용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짜 사장 나와라 국민운동본부'를 만들었는데요.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만수씨의 분신을 계기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보장과 노동조건 개선투쟁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양대 노총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 설문에 나서며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심각한 사건이 유난히 많았던 한 해였기에 쿵쿵에서 전한 소식이 밝지만은 않은데요. 새해에는 힘 나는 소식을 많이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올해보다 많이 웃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네요.

윤성희 miyu@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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