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적·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영향으로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졌더라도, 이를 반영한 실제 임금인상률은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실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정상화’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통상임금 소송 '잘해야 본전'=김 선임연구위원은 2012년 기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를 토대로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실제 임금인상률을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5인 이상 사업체의 2012년 월평균 임금총액(318만원)은 정액급여(247만원)·특별급여(53만원)·초과급여(18만원)로 구성됐다. 이때 통상임금 범위를 ‘정액급여(247만원)’에서 ‘정액급여+특별급여(300만원)’로 변경하면, 초과급여는 18만원에서 22만원으로 1.2배(300÷247) 늘고, 임금총액은 318만원에서 322만원으로 4만원(1.2%) 증가한다.

그는 “특별급여에는 정기상여금 외에 변동상여금도 포함된다”며 “결국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실제 임금인상률은 1%를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통상임금 소송이 노동조합에게 ‘남는 장사’가 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제56조)은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장·야간·휴일근로가 관행화된 제조업종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집단소송에 나선 이유다. 소송 결과에 따라 월급봉투의 두께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기업 지급능력을 고려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고나오면서 노동자들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과거 3년치 소급분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노동부가 "퇴직자에게 일할 지급되지 않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재직자 요건)는 내용의 내부 지침(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내놓으면서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됐다.

최근 판례 경향도 노동자들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 국내 대표 제조업 대공장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은 근기법이 정한 근로조건에 미달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소급분 지급을 인정했다. 단체협약으로 근기법보다 높은 수준의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는 유노조 사업장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으로 취할 수 있는 임금인상 효과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뜻이다.

◇노동시간단축은 '남는 장사'=김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조합은 노동시간단축이 최우선 과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시간노동을 전제로 한 통상임금 소송에 집중하기보다는 노동시간을 줄여 조합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8월 기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정 최장 노동시간인 주 52시간(소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는 204만명, 주 60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는 58만명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와 여당이 주 52시간으로 제한돼 있는 법정 노동시간을 주 60시간으로 늘리자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태에서 의미 있는 사회적 합의는 불가능하다”며 “노동조합은 노동현장에서 주 52시간 상한제가 지켜질 수 있도록 준법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단체협약 갱신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대책회의는 고무산업노련(위원장 조용수)·금속노련(위원장 김만재)·금속노조(위원장 전규석)·섬유유통노련(위원장 권영덕)·화학섬유연맹(위원장 신환섭)·화학노련(위원장 김동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동대책회의 6개 조직 조합원은 36만여명으로 업종별 연대체로는 최대 규모다. 공동대책회의는 다음달 11일 공동투쟁체를 공식 출범시킨다. 정규직 과보호론에 입각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에 맞서는 제조업종 공동파업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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