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며 연세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송도 국제캠퍼스 청소노동자가 3일 오후 바람에 망가진 천막을 보강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대학 청소·시설관리 노동자들의 농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들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이들을 해고대상 1순위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해고된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은 이날로 35일째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용역업체는 지난해 말 용역계약비를 기존보다 낮춰 연세대와의 재계약을 따낸 뒤 노동자 23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나중에는 고용승계 조건으로 5.5시간짜리 시간제 계약까지 요구했다.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민주노총 인천지역일반노조는 "연세대가 사실상 용역비 삭감을 유도했다"며 학교측에 고용승계를 촉구하고 나섰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이날 오전 농성장을 방문했다. 을지로위는 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우원식 의원실에서 연세대 부총장을 면담할 예정이다.

곳곳에서 불거지는 집단해고 시도

연세대뿐 아니라 청소노동자 해고 사태는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대부분 용역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를 통보하는 방식을 취한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여성노조에 의하면 건국대는 지난해 8월 용역업체를 변경하면서 주차장 무인정산시스템 도입과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주차관리 노동자 21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서울여대는 같은해 4월 비슷한 이유로 경비노동자 10명에게 해고통보를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지난해 12월 신규 용역업체 입찰공고를 하면서 청소·시설관리노동자 10명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반발하자 계획을 취소했지만 학교측이 용역비를 줄여 버릿 탓에 임금감소나 인력감축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강대는 같은달 학교측이 등록금 동결과 신입생 감소로 인한 예산부족을 이유로 청소노동자 11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보했다. 이들은 노사협의를 거쳐 희망퇴직하기로 했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실은 지난해 서울에서만 한국외국어대를 비롯한 대학 10여곳에서 100여명의 노동자가 해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해성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건국대와 서울여대 등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조합원 해고를 막아 냈으나, 노조가 없거나 힘이 약한 곳은 해고사실조차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만큼 더욱 많은 해고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가 없는 곳에서 용역계약 종료를 이유로 해고를 당하면 문제를 제기하기조차 힘들다는 말이다.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대학들이 비용절감에 나섰고, 비교적 해고가 쉬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타깃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덕대는 지난해 12월 청소·경비용역 입찰공고를 내면서 청소·경비노동자를 각각 4명, 5명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조직비정규전략실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을 상대로 컨설팅을 하면서 비용절감 방법으로 용역·도급노동자 인원축소와 임금삭감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학에 임금을 줄이거나 고용을 줄이라고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승계 보장대책 시급

이와 관련해 고용승계 보장과 시중노임단가 적용을 담은 정부의 공공기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대법원은 2013년 판결에서 대학을 사회적 공공기관으로 정의했다"며 "정부는 대학이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침 범위를 넓히고 효력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경지부는 2015년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함께하는 집단교섭의 초점을 고용안정에 맞췄다. 지난달부터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준수를 촉구하는 대학생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서경지부 관계자는 "원청과 용역업체가 계약을 통해 1년간의 임금을 규정해 버리고, 원청은 간접고용 구조를 악용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보호지침을 대학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하는 한편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거나, 아니면 상시 지속적인 청소·시설관리업무에 대한 도급 금지를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