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제 수당 통·폐합과 임금 차등지급을 골자로 한 ‘신임금체계안’을 발표했다. 노동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상 답을 내놓지 않았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이경훈)는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투쟁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일 오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진행된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 5차 본회의에서 이 같은 안을 지부에 제시했다. 현대차는 먼저 수당 통폐합을 제안했다. 120여개에 달하는 각종 수당을 일반수당과 공통수당으로 통합하는 내용이다.

현대차는 직무급 도입 계획도 밝혔다. 노사가 공동으로 직무조사를 벌여 직무 중요도와 자격·난이도·작업환경·숙련필요기간을 고려해 직무등급을 구분한 뒤 이를 토대로 직무수당을 차등해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노동자 개인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서도 등급을 매기자고 요구했다. 지금까지 특별한 지급기준 없이 노사 협상에 따라 연말 보너스 형태로 지급돼 온 성과급을 앞으로는 새로운 기준에 따라 지급하겠다는 주장이다. 전체 노동자에게 공통의 기초급을 지급한 뒤 개인별 성과에 따라 부가급 지급률을 달리 적용하는 형태다.

현대차는 그러나 노동자들의 이목이 쏠려 있는 통상임금 소급분 지급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윤갑한 사장은 “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문제를 단편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근본적인 임금체계 개선과 함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가 제시한 임금체계안에 대해 지부는 반발했다. 이경훈 지부장은 “임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회사 제안은 단체협약에 어긋나며, 정기상여금은 반드시 통상임금에 산입돼야 한다”며 “통상임금 문제가 슬기롭게 해결되지 못하면 지부는 앞으로의 투쟁 방향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직무성과급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의 임금체계 개편안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방향과 일치한다. 민간기업 임금체계 개편논의에서 유형설정자(pattern setter)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현대차그룹 계열사를 시작으로 직무성과급 도입을 요구하는 사용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노총 총파업 총투표에 참여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기아차지부는 회사측이 임금체계와 근로시간 문제에 대한 수용 가능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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