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19일. 백○○ 대리로부터 전화가 왔다.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은 뒤 ‘회사에서 내가 들어오면 아는 체도 하지 말고, 대화도 나누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누가 그런 지시를 내리더냐고 질문하니 그것은 말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또 내 책상도 한쪽 구석에 벽 쪽을 향해서 놔두었다고 했다. 복직하기도 전에 이런 이야기가 들리니 참 뭐라 말이 안 나오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노조탄압과 직장내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양우권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EG테크분회장이 생전에 작성한 일기장이 2일 공개됐다. 일기장 곳곳에는 원직에 복직하지 못하고 회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고인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인의 업무와 무관한 엔지니어링 사무실로 출근해 신원진술서를 쓰고, 보안서약서를 작성하고, 경영시스템 교육을 받고 귀가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

일기장에는 유독 “나에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심지어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대화할 상대가 없고 답답해 미치겠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는 대목이 자주 등장한다. 고인이 느꼈을 심적 괴로움을 보여 준다.

이와 관련해 금속노조 등으로 구성된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에 EG테크를 고소했다. 대책위는 “고인에 대한 EG테크의 대기발령과 표적 징계, 해고와 면직, 조직적 따돌림, 감시 행위 등은 모두 고인이 회사의 노조탈퇴 요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행해진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한 사람의 노동자가 (노조설립 이후) 무려 9년 동안이나 감금과도 같은 생활 속에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며 죽어 갈 때 노동 3권을 무시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사측에 책임을 묻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노동부는 보이지 않았다”며 EG테크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특별근로감독 실시,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살인기업 포스코·EG테크 규탄, 노동탄압·비정규직 철폐 양우권 열사 정신계승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어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살인기업 하이디스 규탄, 공장폐쇄·정리해고 철폐 배재형 열사 정신계승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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