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부발전이 노조의 반대에도 임금피크제 강제 도입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때 노조와 합의하도록 한 단체협약은 무용지물이었다.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은 불이익변경이 아니다"는 논리로 추진하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도 전에 공공기관이 적극 수용하는 모양새다. 남부발전 사례가 곧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노동계가 우려하고 있다.

6일 발전노조 남부본부(본부장 최용우)에 따르면 남부발전은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동의서 서명을 받았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진행된 동의서 서명에 직원 과반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발전은 복수노조 사업장이다. 산별노조인 남부본부와 기업노조인 남부발전노조가 설립돼 있다. 6월 말 기준 전체 직원 2천여명 가운데 남부본부에 360여명, 남부발전노조에 950여명이 가입돼 있다. 노조로 조직된 조합원이 전체 직원의 절반을 넘는다. 두 노조 모두 임금피크제 도입에 반대해 왔다. 그러자 남부발전은 과반수 노조가 없다는 이유로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시도했다.

남부발전은 단체협약도 무시했다. 남부발전과 남부발전노조가 지난해 맺은 단협에는 근로조건 저하 금지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노조와 합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입하려는 임금피크제 내용도 논란이다. 현 58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연장 첫해와 다음해에 각각 정년연장 전 임금의 60%와 50%를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정년연장자를 보직전환시켜서 기존 업무와 무관한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 완화 정책이 불러온 미래가 남부발전에서 먼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있는 공기업조차 사용자 마음대로 임금삭감이 이뤄진다면 향후 민간 사업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복수노조건 단수노조건 직원의 반수를 점하지 못한 노조의 단체협약은 언제든지 사용자 마음대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예시하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최용우 본부장은 "개별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강요나 압박 사례가 있었는지 취합하고 있다"며 "채증 내용을 바탕으로 취업규칙변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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