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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전자분회 10년 투쟁의 작은 거인 유흥희

기사승인 2015.07.22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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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노동운동사에 의미있게 자리매김할 10년 투쟁에 대한 평가토론회가 개최됐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의 설립 10주년과 투쟁 10주년을 기념하고 향후를 설계하는 자리였다. 기륭분회는 총평의 마지막 문장에서 "아직도 진행형인 투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10년간 연대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찬사와 눈물, 웃음이 버무려진 한편의 멋진 드라마와 같았던 영상과 투쟁 경과보고는 감동이었다.

필자가 토론자석에 앉아서 바라보니 방청석의 맨 앞줄에 순한 표정의 얼굴에 눈물과 웃음이 번갈아 가며 번지는 낯익은 여성노동자가 한 명 앉아 있었다. 바로 2011년 11월2일부터 분회장을 맡고 있는 유흥희.

가까운 듯 먼 듯 얽히고설키며 투쟁 현장을 같이 누빈 유흥희와 필자의 만남도 10년이 됐다. 누군가 눈 부라리면 숨도 못 쉴 것 같은 순박한 표정의 이 노동자는 첫 만남부터 강산이 바뀐다는 10년 세월을 보내고도 변함이 없다.

겸손한 자세와 단호한 원칙견지의 태도, 목소리를 높이면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 수줍은 표정도 변함이 없다. 그렇게 10명의 기륭분회 조합원 중 한 사람으로서 변함없는 비정규직 철폐의 한길을 걸어왔다.

유흥희는 사학비리 투쟁을 했던 정화여상을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 경리로 취업해 회계업무를 3년 정도 했다. 하지만 부장이 담배 심부름과 장부조작 시키는 게 싫어 그만두고, 92년부터 공장에 들어가 4년간 생산직으로 일했다. 노동자들의 문화단체였던 반달도서원과 인쇄노조가 운영하는 취업알선센터에서 상근도 했다.

그는 2005년 기륭전자와 도급계약을 맺고 인력을 파견한 워커스스테이션에 들어갔다. 도급계약의 경우 원청사업자가 하청노동자를 직접 지휘·명령할 수 없지만 기륭전자는 워커스스테이션과 또 다른 파견업체 휴먼닷컴 소속 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 불법파견이었다.

공장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노동자들은 "반장에게 말대꾸했다" "잡담했다" "잔업에 자주 빠진다" 같은 어이없는 이유로 참 쉽게 해고를 당했다. 참담한 현실에 분노한 200여명의 노동자들은 2005년 7월5일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를 결성했다.

이에 대응해 사측은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파견직 노동자를 무차별적으로 해고했다. 같은해 8월 불법파견 판정이 나왔지만 벌금 500만원을 낸 뒤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기륭분회는 55일의 현장점거 파업에 돌입했고 1천895일의 비정규직 철폐를 향한 긴 투쟁의 터널로 걷잡을 수 없이 달려야 했다.

죽는 것 빼고 다 해 봤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당시 분회장이던 김소연과 유흥희를 포함한 조합원들은 목숨 건 무기한 단식과 고공농성 등 고강도 투쟁을 처절하게 이어 갔다.

결국 2010년 10월 이름하여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고, 2년6개월의 유예기간, 현장복귀 과정에서의 합의 불이행, 최동열의 야반도주, 이어진 358일간의 철야농성과 오체투지 등 이행강제와 사업주 처벌 요구 투쟁으로 10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절박함과 처절함으로 점철된 10년의 세월을 지나고 보니 1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기륭분회는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상징이 돼 있었다.

이제 11년째를 맞는 기륭분회는 10년 투쟁 평가를 계기로 분회의 향후 투쟁전략 재설정과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비정규 노동자의 집 운영 등 운동적 기여를 위한 고민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유흥희를 포함한 10명의 기륭분회 조합원들이 한국 노동운동에 던질 신선한 진로를 변함없이 기대하고 응원할 것이다.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 (hdlee2001@empas.com)

이호동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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