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선근 공공교통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시설은 2004년 12월 민자사업(BOT)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사고가 발생했던 강남역을 비롯해 사당·교대·삼성·신도림역 등 2호선 주요역 12개 역을 대상으로 했다. BOT(built operate transfer) 방식은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한 민간시행사(건설업자)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건설한 뒤 일정 기간 운영한 다음 발주처에 기부하는 것이다.

민자로 시작된 사업, 안전보다 돈 우선

스크린도어 시행사는 광고수입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제1차 민자사업은 총 사업비 427억여원 규모로 12개 역에 2006년 2월 준공됐다. 시행사는 2028년 2월까지 22년간 운영(광고영업)권을 갖고 있다. 서울역 등 12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제2차 민자사업은 451억300만원을 들였다. 2007년 11월 준공됐는데 시행사는 2024년 6월까지 16년7개월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

1·2차 민자사업자는 유진메트로컴이라는 회사다. 스크린도어 운영권을 갖고 있는 유진메트로컴은 유지·보수 업무도 담당한다. 이번 강남역 사고는 유진메트로컴 직원이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발생한 사고였다. 2010년 이전에 설치된 전국 지하철 스크린도어에는 고정문이 있다. 만약 화재 같은 사고로 전동차가 고정문 위치에 정차한다면 전동차 안에 있는 승객은 탈출할 수 없다. 그래서 국토교통부는 2010년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보완 설계지침’을 개정해 스크린도어 벽체를 모두 여닫을 수 있는 구조로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의 24개 민자역사 스크린도어 고정문은 대형 광고물이 차지하고 있다. 광고에 시민안전이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기술력 부족한 부실업체 날림공사

서울메트로 121개 역사 중 97개 역은 예산사업으로 승강장 안전문이 설치됐다. 그런데 서울시가 무리하게 스크린도어 설치를 추진하다 보니 졸속적이고 날림으로 공사가 이뤄졌다. 날림공사 탓에 운영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예산사업으로 추진됐던 97개 역 스크린도어 시공은 4개 업체가 맡았다. 공사 도중에 업체 도산으로 다른 업체에서 시공한 경우도 18개 역이나 된다. 업체관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알 수 있다. 공사기간도 민자 24개 역은 14~18개월 소요됐으나 4개월에 걸쳐 날림으로 공사를 진행한 경우도 있었다. 스크린도어 가동문 1조당 3천400만원이 들어가던 공사비도 1천600만원 정도로 낮아졌다. 낮은 가격은 부실을 부를 수밖에 없다. 특히 호선별로 공사를 진행했던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와 달리 들쑥날쑥하게 업체를 선정해 진행한 결과 시설물과 자재 표준화도 지켜지지 않아 운영·유지·보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고 없는 서울도시철도와 서울메트로의 차이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은 지난 3일 97개 역사 유지·관리 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하고 센서 등 부품을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외주관리를 하고 있는 97개 역의 직영전환과 고장이 잦은 스크린도어 부품교체는 적절한 정책결정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서울메트로가 발표한 내용으로 스크린도어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서울메트로 1~4호선 승객이 많은 24개 민자역사는 계속 민간사업자가 스크린도어 운영과 유지·보수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강남역 사고에 대한 대책은 없는 셈이다.

서울도시철도는 스크린도어 시공 이후 직원들이 직접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서울메트로와 달리 이용하는 시민이나 일하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인원을 감축하고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직영으로 운영하던 스크린도어 운영을 외주화했던 서울메트로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민자역사를 빠른 시일 내에 환수해 직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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