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이 설계사 영업을 폐업하고 별도 GA(보험대리점) 법인 설립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본지 12월14일자 7면 '알리안츠생명 대규모 구조조정 들어가나 매각 혹은 설계사 폐지, 아니면 별도 GA(보험대리점) 법인 설립 저울질' 기사 참조>

◇이명재 대표이사 "GA법인으로 간다"=15일 알리안츠생명 구조조정 대책위원회(위원장 이형철)에 따르면 이명재 대표이사는 지난 11~12일 용인시 처인구 알리안츠생명연수원에서 열린 단장·부서장 워크숍에서 "(별도) GA법인으로 간다"고 밝혔다. "일부만 (GA법인으로) 가냐"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다 간다"고 답했다.

그동안 매각을 포함해 설계사 영업 폐업·별도 GA법인 설립 등 인력·조직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알리안츠생명이 별도 GA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형철 위원장은 "회사가 '별도 GA법인 설립에 대한 법률검토를 마무리 지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안츠생명의 인력·조직 구조조정안은 내년 1월 중 독일 본사가 최종 결정한다. 알리안츠그룹은 애초 한국시장 철수를 염두에 두고 매각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안츠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AZAP)와 알리안츠생명이 매각보다는 설계사 영업 폐업 후 별도 GA법인 설립 쪽으로 본사를 설득할 계획이라는 게 대책위의 설명이다. 실제 이달 초 방한한 알리안츠그룹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최고경영자(CEO)인 조지 사르토렐 회장은 임원·부서장급 연석회의에서 "나는 트랜스포메이션(별도 GA법인 설립)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이명재 대표는 이달 17일 싱가포르에 소재한 지역본부를 방문한다. 대책위 관계자는 "이명재 대표가 조지 사르토렐 회장에게 별도 GA법인 설립방안을 프레젠테이션하고, 사르토렐 회장이 독일로 건너가 올리버 베테 그룹 회장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단 전체 모임에 참가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알리안츠생명 직원들 "차라리 매각해라"=구조조정이 현실화하면서 고용이 불안해진 직원들은 차라리 매각을 하라고 아우성이다. 매각이 되면 인수사와 고용승계 협상 여지라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노조 홈페이지에 연일 "설계업무 폐업하고 GA법인 설립하느니 매각이 답"이라는 내용의 항의글을 올리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주력 영업채널인 설계사 영업을 폐업할 경우 정리해고 요건이 충족된다. 이 경우 3천500여명의 설계사와 설계사들을 관리하는 지점장·총무 등 영업 관련 부서 직원 650여명이 정리해고 1순위가 된다. 회사가 별도 GA법인을 설립해 재채용을 한다고 해도 해고자·퇴직자 중 일부만 사업가형 지점장으로, 총무는 아르바이트로 채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부서가 아닌 직원들도 고용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알리안츠생명의 한 직원은 "본사 다른 부서들도 하나둘씩 아웃소싱한 다음에 일본 사례와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알리안츠그룹은 2012년 주가하락과 저금리 등의 이유로 신규계약 모집을 중지하고 기존 계약관리만 하는 형태로 일본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했다.

◇노조 "금감원, 위장폐업·위장창업 인허가 안 돼"=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리안츠생명은 설계사 영업 폐업과 별도 GA법인 설립 추진을 중단하고, 금감원은 알리안츠생명의 별도 GA법인 설립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제종규 알리안츠생명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별도 GA법인 설립 배경에는 직원 대량 구조조정의 목적이 숨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설계사 영업채널을 폐업해 정리해고 요건을 갖춰 영업관련 부서 직원 전원을 내보낸 뒤 새로 설립한 GA법인에 퇴직자 중 일부를 저임금 사업가형으로 재채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누가 봐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위장폐업이자 위장창업"이라고 주장했다.

생명보험업계에 미칠 파급력도 우려했다. 제 위원장은 "이런 위장폐업과 위장창업을 용납하면 앞으로 생보업계 어느 회사가 정규직을 채용하겠냐"며 "금감원은 심각한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알리안츠생명의 별도 GA법인 설립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인허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별도 GA법인 설립은 보험업계에서는 첫 사례이기 때문에 (인허가 신청이 오면) 신중하게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생명 관계자는 "향후 어려워질 시장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개선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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