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영자로 분류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와 근로계약 체결 노동자는 노동자성 판단기준인 종속성 지수가 거의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수고용직 규모는 230만명 수준으로 정부 통계의 네 배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됐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와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법학)·정흥준 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장(고려대 연구교수)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열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인권상황 실태파악 및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2015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비정규노동센터가 진행했다.

임금근로자·특수고용직 차이 거의 없어

센터는 콜센터 직원을 비롯한 특수고용직종 36개에 대해 설문·면접조사를 진행한 뒤 노동자성 판단기준이 되는 3개 종속성(사용종속성·경제종속성·조직종속성) 지수를 분석했다. 지수 범위는 -1점에서 +1점 사이로 설정했다. -1점에 가까울수록 독립성(자율성)이 높고, +1에 가까울수록 종속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

특수고용노동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노동자의 종합 종속지수는 각각 +0.36점과 +0.41점으로 나타났다. 백분율로 환산할 경우 2.5% 수준의 미미한 차이다. 각 종속성의 세부지표를 비교해도 상호 격차는 적었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도 사용자에 대한 종속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흥준 교수는 "36개 직종을 12개 직종군으로 재분류해 진행한 심층면접조사 결과에서도 전 직종에서 조직종속성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업무가 회사 수익과 직결돼 있고 일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이어 "출퇴근시간 지정과 직간접적 업무지시, 취업규칙과 매우 유사한 직업규칙, 업무대체 불가능성 같은 종속성이 상당수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제 직종별 종속지수를 보면 최고 +0.90점(계기검침원)에서 최저 +0.15점(배달원)을 기록해 사용자에게 매여 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자들이 사용·경제종속성을 제거해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실태도 포착됐다. 보험회사가 일대일 위탁계약을 맺었던 보험모집인을 '1인 대리점'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게 하고, 택배회사가 택배기사와 맺던 도급계약을 '택배회사-대리점-택배기사'로 바꾸는 식이다. 이 중 위탁계약 구조로 전환하면 계약관계가 복잡해지는데, 결국 사용자성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지적이다.

대리운전기사나 간병노동자의 경우 사용자가 고객 평가나 업무성과로 간접 통제하거나 덤프트럭·차량을 운전자가 구입·보유하도록 떠넘기는 행태도 드러났다.

조돈문 교수는 "특수고용직은 직종 간 편차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종속성이 높게 나타났다"며 "그럼에도 노동법 보호에서 배제되면서 특수고용직의 사회보험 적용률이 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사회보험 적용률이 같은 직종 내 근로계약 노동자의 6분의 1 수준에 그쳐 과도한 차별을 받고 있었다"며 "자영업자로서 부담을 지고 사용자에 의한 계약외 업무·일방적 계약해지·노조활동 방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특수고용직 너무 적게 추정"

연구진은 특수고용직 규모를 230만명으로 추산했다. 안전보건공단의 2014년 근로환경조사와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 2011년 고용노동부 연구용역인 '특수고용직종별 실태조사'를 분석근거로 삼았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중 특수고용직은 133만6천591명, 주요 직종 자영업자 중 특수고용직은 84만4천581명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 전체 취업자 2천568만4천명 중 8.9%에 해당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올해 3월 기준 50만명) 대비 네 배를 웃돈다.

정 교수는 "경활 부가조사는 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로 위장된 특수고용직을 포착하지 못하고, 직종분류가 매우 포괄적이라 특수고용직 규모를 매우 과소추정했다"며 "카드모집인 같은 숨겨진 특수고용직까지 감안하면 230만명이라는 규모도 과소추정치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돈문 교수는 '노동법상 보호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대다수 유럽 국가처럼 종속성·근로자성 정도에 따라 노동법을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적용받게 하는 방식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에 따라 각 직종 특성과 3개 종속성 유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1개 이상 유형에서 종속성이 나타나면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근로자 개념 확대, 사회보험법 확장 적용을 주문했다.

입법 노력·정부 개입 … 다양한 대책 필요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수고용직 문제는 일차적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이 문제를 원샷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법안을 처리하기는 불가능한 만큼 보다 느슨한 형태의 법안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고용 직종이 매우 다양하고 이해관계도 복잡한 데다, 해당 직종 대부분에 대기업이 관여하고 있어 숨겨진 저항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강 교수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그는 "비공식 노동 증가는 국가재정과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는 위장 자영업자를 찾아내고 해당 사업체에 세금이나 보험료를 징수하는 식의 '정부-사용자' 간 공방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노동법만 놓고 개인 대 개인의 싸움으로 가면 문제를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예컨대 1989년 미국 국세청(IRS)은 직원 600여명을 프리랜서로 규정한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조사해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세를 납부하게 했다. IRS는 고용구조 조사를 위한 독자적 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배달대행 같은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특수고용직을 계속해서 찾아내고, 특수고용직종 중에서도 노동자성이 강한 직종은 노동자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간병인 중 정규직으로 근로계약을 맺는 노인요양보호사가 있는 것처럼 해당 직종 안에 정규직이 다수 포진하거나 헤어디자이너처럼 직접고용형태가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같은 직종은 정부가 규율해 명확히 노동자로 인정하면서 노동시장 질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임의가입 방식을 폐지하는 것을 단기대책으로 내놓았다.

이에 고용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 관계자는 "근로자 개념을 확대한다 해도 실제 노무제공 구조가 매우 다양한데 이를 하나로 개념화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자영업자들이 무분별하게 특수고용직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항변했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보험인 산재·고용보험은 근로자성 유무와 관계없이 일하는 사람이라면 보호범주에 포함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용·경제·조직 종속성]
사용종속성은 사용자 업무결정권과 구체적 업무지시·감독 여부, 경제종속성은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과 계약내용에 대한 사용자 결정권 여부, 조직종속성은 노무제공자가 사용업체의 중요한 구성요소인지 여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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