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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본 2015년] 올해 키워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 오락가락 해고요건, 그리고 신의칙

기사승인 2015.12.28  07: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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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연말까지 이른바 노동개혁이 강타했던 2015년. 법원이 내린 판결도 노동개혁 의제와 관련한 내용이 주목을 받았다. 취업규칙 변경이나 해고 판결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KTX 승무원들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직접고용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반면 법원은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주요 기업에 대한 불법파견 판결을 잇따라 내려 산업현장에 만연한 불법 간접고용에 경종을 울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통상임금 범위에 대한 법원 판결이 봇물을 이뤘다.

“사회통념상 합리성, 엄격하게 해석해야”

대법원은 올해 8월 간부사원들의 직급에 상관없이 보직을 부여하고, 정기상여금 중 일부를 성과상여로 바꾸는 내용의 호텔롯데 간부사원 급여체계 변경안에 대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가진다”고 판시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은 “회사의 보직부여 기준안이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동의 대상이 전체 근로자임에도 일부에게만 설명회를 개최한 점 등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 지침 마련의 근거로 내세우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매우 엄격하게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제94조1항)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9월 학습지업체 ㈜대교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팀 단위로, 회의가 아닌 회람 방식으로 취업규칙 변경동의서를 받은 것에 제동을 걸었다. 법원은 최대 40~50%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에 대해 “근로자가 겪게 될 불이익의 정도가 심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도 오락가락하는 일반해고 요건, 노동부가 정리한다고?

정부는 판례에 근거한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올해 나온 일반해고 관련 법원 판결은 오락가락했다. 정부가 일반해고에 대한 절차와 기준을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모호한지, 악용될 소지가 얼마나 큰지를 방증한다.

대법원은 KT가 특정 직원들을 퇴출시키기 위해 낮은 인사고과를 준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해고에 관한 법적규제를 회피하고 퇴직 종용수단으로 인사고과를 악용할 경우 사법심사 대상이 돼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HMC투자증권이 조합원 17명을 포함해 저성과자로 평가받은 20명의 직원들을 방문판매 부서로 배치한 것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조합원들을 전환배치한 것은 노조활동에 개입한 부당노동행위”라고 결정했다. 이에 반해 서울행정법원은 11월 “회사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성과가 저조한 직원들을 배치하는 것은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판결에서 확인된 ‘불법파견 천국’

올해 2월26일 “코레일의 KTX 승무위탁은 위장도급이 아니다”는 대법원 판결로 KTX 승무원들의 9년에 걸친 정규직 복직소송은 좌절됐다. 그런데 KTX 관련 판결을 내렸던 대법원 제1부는 같은날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으로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 7명이 제기한 소송에서는 승소 판결을 내렸다.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생산공정인 의장·차체·엔진공장은 물론 엔진서브라인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도 불법파견된 노동자로 봤다.

같은날 대법원 제1부는 남해화학 여수공장의 설비 점검·관리를 하다가 해고된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서도 “남해화학 근로자”라고 판시했다. 일반제조업이 아닌 장치산업에서도 불법파견이 확인된 것이다.

금호타이어 사내하청 노동자 132명은 올해 4월 광주고법에서 “금호타이어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한국도로공사 외주업체에서 일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징수 노동자들은 연이어 정규직화 판결을 받아 냈다. 서울동부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올해 1월과 6월 각각 529명·295명의 요금징수 수납원들에 대해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간주하거나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북부지법은 노동부로부터 같은 결정을 받은 빙그레 자회사 KNL물류와 소사장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에 있다고 12월 판결했다. 소사장업체들의 실체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울진원자력발전소 사내하청 노동자 8명도 11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았는데, 재판부는 “사용사업주가 파견사업주를 교체했어도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운전직과 관련해 원청사용자가 하청노동자를 직접고용하라는 판결도 눈에 띈다. 서울고법은 7월 KB국민은행 임원들의 근무지를 따라 이동하면서 일한 도급업체 소속 운전기사 22명을 직접고용하라고 은행에 주문했다.

엇갈린 통상임금 고정성 판결 이어 '신의칙 2라운드'

대법원은 올해 10월 인천지역 시내버스업체 노동자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세부적인 신의성실 원칙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통상임금 관련 쟁점이 고정성에서 신의칙으로 옮겨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고정성과 재직자요건에 대한 법원 판결은 엇갈렸다.

서울북부지법은 올해 1월 서울시내버스 노사합의에 따라 재직자에게만 주는 상여금과 관련해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서는 일정액의 상여금을 확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것이고,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되는 것이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서울북부지법은 7월에도 서울시내버스 업체인 서울 삼양교통 관련 사건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했다.

주요 대기업 노사는 희비가 교차했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은 각각 1월과 11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는 회사 상여금 시행세칙을 근거로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한 23명의 노동자 중 5명의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반면 울산지법은 1월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에서 상여금 800%를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판결 당시 현대중공업이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1년 전 경영상태를 기준으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한국지엠의 사무직노동자 1천25명은 11월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업적연봉도 통상임금”이라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 밖에 “사전에 확정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성과급은 통상임금”(서울중앙지법), “무단결근 횟수를 근거로 감액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창원지법) 같은 판결이 관심을 끌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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