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덕상 변호사(경기도재난안전본부)

지난해 9월7일 경남 산청군에서 말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했던 소방공무원이 말벌에 눈을 쏘여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많은 소방공무원들과 시민들이 이를 안타까운 ‘순직’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같은해 12월18일 인사혁신처는 고인이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았고, 말벌집에서 10여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던 점을 근거로 고인의 사망이 공무원연금법 제3조1항2호에 규정된 순직 요건인 "생명·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사망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유족들의 순직 신청을 거부했다.

이러한 거부처분의 근거가 된 공무원연금법 제3조1항2호 라목은 순직 요건으로 “소방공무원이 재난·재해 현장에서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작업(그 업무수행을 위한 긴급한 출동·복귀 및 부수활동을 포함한다) 중 입은 위해 또는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위험업무 중 입은 위해”로 사망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라목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위험업무"라는 문구는 2011년 7월27일 속초에서 3층 건물 난간 틈에 갇혀 있던 고양이를 구조하다 추락사한 소방공무원이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해 거센 비난여론이 일자, 2013년 7월16일 공무원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추가된 것이다. 또한 같은 조항 파목은 “그 밖에 제75조의2에 따른 순직보상심사위원회가 가목부터 타목까지의 위해에 준한다고 인정하는, 위험한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은 위해”로 사망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인사혁신처는 고인의 사망이 라목에도, 파목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사혁신처의 결정은 과연 타당한가.

2011년 3월8일 개정된 소방기본법 제16조는 소방활동 영역으로 화재출동·인명구조·구급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제16조의2를 신설해 소방당국이 119에 접수된 생활안전 및 위험제거활동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7월24일 다시 개정된 소방기본법에서는 위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제16조의3을 만들어 소방당국의 생활안전활동 ‘의무’를 규정함과 동시에 그 구체적인 유형을 명시했다. 개정법 제16조의3제1항2호에 규정된 벌집 퇴치의 경우 2014년에만 11만2천여건의 신고가 접수될 정도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처리되는 민원에 해당하며 본질적으로 그 위험성이 매우 높은 업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공무원연금법상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위험업무"에는 소방기본법 제16조의3의 생활안전활동 업무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소방공무원이 소방기본법에 명시된 생활안전활동을 수행하던 중 숨졌다면 순직보상심사위원회는 당연히 순직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 사망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 과정 중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특별한 사정(고인의 고의·중과실·공무이탈·장난·싸움 등)이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순직 인정을 거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인사혁신처가 이 사건에서 순직 신청을 거부한 것은 공무원연금법과 소방기본법의 개정 취지는 물론 소방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처분이다.

고인이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았고 말벌집에서 10여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사정은 고인의 순직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없다. 당시 현장에는 고인과 동료 소방공무원 1인이 출동했고, 예산 부족으로 인해 보호복이 1벌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인은 신고자와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고, 동료가 보호복을 입고 말벌집을 제거하고 있던 중 공격성이 높아진 말벌이 고인을 공격한 것이다. 말벌의 생태와 비행 가능 거리 등을 고려하면 고인이 있었던 위치가 충분히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게다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알레르기 검사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인력·예산 부족으로 인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인사혁신처가 제시한 근거는 고인의 순직 여부와는 상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소방기본법 제6·8·9조에 규정된 '적정 수준의 소방력'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의 단면이다. 많은 시민이 인사혁신처 결정에 수긍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행정기관이 공무원연금법 제3조1항2호 라목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근본적으로 소방기본법 제16조·16조의2·16조의3에 명시된 업무를 수행하던 중 사망한 경우에는 순직 요건에 해당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소방과 유사하게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의 경우 공무원연금법 제3조1항2호 가~다목에서 경찰법 제3조에 규정된 경찰 업무에 따라 순직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군인의 경우 군인사법 제54조의2에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에게도 순직을 인정하는 점과 비교하면 개정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상 국가유공자 대상 규정과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대상 규정도 개정 소방기본법의 내용에 맞게 통일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소방공무원이 업무 수행 중 사망했을 때 이를 순직으로 인정하고 일정한 예우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소방공무원 업무에 얼마나 가치를 두고 있느냐를 보여 주는 척도다. 각종 신고·민원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소방공무원의 현장업무에 ‘귀천’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그 안타까운 죽음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 불행한 사고를 잊지 말고 소방공무원 업무가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규정과 현실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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