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부터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같은 색깔의 안전모를 쓰게 된다. 그동안 정규직은 흰색, 사내하청 비정규직은 노란색 안전모를 썼는데 이를 통일한다. 비정규직 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진 노란색 안전모는 폐기된다.

6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조민구)와 현대제철 당진공장 41개 협력업체 대표자들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비정규직지회 설립 3년 만에 단협을 체결한 것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는 8천여명의 사내하청 비정규직이 일한다. 이 중 1천500여명이 지회에 가입해 있다. 새로 체결된 단협에는 노동자 처우개선과 노조활동 보장, 비정규직 차별개선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안전모 교체 합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현대제철은 그동안 안전모 색깔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했다. 안전모에 직책을 표시하는 띠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간 서열을 매겼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동일한 색상·디자인·품질의 안전모를 지급받게 된다. 직책을 구분하는 표식도 없애기로 했다.

노사는 노동자들의 근무조건과 관련해서는 협력업체마다 제각각이었던 임금체계를 통일하고, 장기근속자 포상제도와 근속·가족수당을 도입했다. 상여금과 연차휴가·경조휴가·건강검진·교육비·통근버스 관련 조항도 신설했다.

노사가 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한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정규직은 4조3교대, 비정규직은 3조3교대로 일한다. 노사는 올해 제도개선위에서 비정규직 근무형태 변경에 관해 논의하기로 했다. 상여금 통상임금화 관련 사항도 제도개선위에서 다룬다.

조민구 지회장은 "단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노동자들의 근무조건 격차가 큰데, 단협 체결로 조합원들의 노동조건이 향상된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앞으로는 조직 확대를 통한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회는 이달 중순께 현대제철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다. 지난달 소송인단을 모집한 결과 940명이 넘는 하청노동자가 소송 참여의사를 밝혔다. 현대제철순천비정규직지회(옛 하이스코비정규직지회)가 2007년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선고도 올해 안에 나올 예정이다. 자동차업종에 이어 철강업종 불법파견 문제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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