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에 나섰던 노동자들의 패소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판결의 공통적인 내용은 “통상임금은 맞지만, 소급분은 못 주겠다”로 요약된다. 노동자들의 소급분 청구가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해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미지급 임금을 되돌려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노동자들에게 통상임금 신의칙이 이른바 ‘넘사벽’이 되고 있다.

21일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민사2부(부장판사 최석문)는 지난 13일 지부 조합원 119명이 ㈜만도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같은날 부산고등법원도 현대중공업노조가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회사 손을 들어줬다.

만도 통상임금 판결의 주요 내용은 정기상여금이 고정성·정기성·일률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1천400억원가량인 노동자들의 소급분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노사 반응은 엇갈렸다. 지부는 “판결문이 오면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회사는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이다. 회사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기상여금에 대한 과거 소급분을 추가로 청구하는 것은 그간의 임금지급 관행과 노사 인식에 반할 뿐 아니라 개별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해 허용될 수 없다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당연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증권업계는 만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4천60억원과 76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가 보도자료에 밝힌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관련 리스크를 해소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자체 평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법원이 판단한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의 기준과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 신의칙 기준을 논의 중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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