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는 도급이 아닌 파견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고용의제 규정을 적용받는 노동자라면 이미 원청기업의 정규직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고등법원 창원 제2민사부(재판장 문형배)는 21일 한국지엠 창원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5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들이 피고(한국지엠)의 근로자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며 원심을 재확인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도급 형태로 위장한 불법파견을 행하고 있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형사사건에서 이미 유죄가 인정된 바 있다. 대법원은 2013년 2월 한국지엠 대표이사와 6개 사내하청업체 대표들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2014년 12월에는 창원지법이 이번 사건 원고들이 제기한 1심 소송에서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했다.

부산고법은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원심 재판부는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직접생산 공정에 대해 △컨베이어 라인에서 혼재돼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전체 생산공정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정규직과 하청노동자들이 혼재돼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으며 △한국지엠이 하청노동자들의 근태를 관리하면서 작업배치권과 결정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를 들어 “원고들은 하청업체에 고용된 후 피고의 작업현장에 파견돼 피고로부터 직접 지휘·명령을 받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다”고 판시했다.

소송에 나선 노동자 5명은 1998년에서 2003년 사이에 입사한 뒤 업체를 바꿔 가며 근무해 왔다. 옛 파견법상 고용의제 적용자들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옛 파견법 고용의제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한국지엠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용의제 조항은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사법(私法) 관계에서도 직접고용관계 성립을 간주함으로써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고 그에 따른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용의제 조항으로 침해되는 기업과 사업주의 계약체결의 자유보다 파견근로자 고용안정이라는 공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