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한 삼성화재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을 징계해고했다가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회사가 희망퇴직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징계를 추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노위 “징계수위 지나쳐”

1일 삼성화재 노사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삼성화재에서 징계해고된 김아무개(49)씨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지난달 26일 심판회의에서 받아들였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9월까지 지역단장으로 일하던 김씨를 해고하면서 김씨가 판촉물 거래업체 상품을 구입하는 대가로 보험가입을 강요하고, 보험설계사인 배우자를 통해 계약하도록 해 1천900만원가량의 이익을 챙겼다는 이유를 들었다.

삼성화재에 의하면 회사가 업체로부터 이런 내용의 김씨 관련 비위를 제보받은 것은 지난해 7월 중순께다. 회사 감사팀은 두 달이 지난 9월15일 해당 업체에서 확인서를 받았다. 회사측은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8개 업체가 같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회사측이 주장하는 비위 혐의를 부정했다. 그는 “거래업체들이 보험계약을 한 것은 상품구입과 무관하고, 부인과 계약한 것은 평소 친밀한 관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특히 “희망퇴직금을 주지 않고 내쫓기 위해 회사가 업체들에게 무리하게 피해 자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회사가 문제 삼은 업체들은 강요나 대가에 의한 계약이 아니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서울지노위에 제출했다.

서울지노위 심판위원들은 김씨 행위에 비해 삼성화재의 징계양정이 지나치다고 인정했다. 삼성화재 내부규정에 따르면 직원이 협력업체에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최고 징계수위는 감급이다. 직위와 업무를 이용해 개인이익을 챙기는 행위의 경우 회사 경영에 악영향을 주거나 규모가 크고 상습적인 경우에만 면직 대상이 된다.

회사측은 지방노동위 심문 과정에서 “김씨는 2013년에도 비슷한 일로 감사를 받았고 회사가 선처한 적이 있기 때문에 징계수위가 가중됐다”고 반박했지만 노동위 심판위원들은 "무리한 징계해고"라고 판단했다.

"희망퇴직금 안 주려 해고" vs "희망퇴직과 무관"

회사측의 징계해고가 지난해 시행된 대규모 희망퇴직과 관련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삼성화재는 2015년 희망퇴직을 실시해 5천150여명의 직원 중 최소 150여명을 감축했다. 같은해 9월에는 퇴직금·위로금을 포함해 희망퇴직시 받을 수 있는 총액까지 공지하면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독려했다.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된 김씨는 지난해 9월16일 회사에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그런데 회사는 김씨의 희망퇴직 접수를 보류했고, 같은해 10월1일 비위 혐의로 보직해임한 뒤 감사를 거쳐 12월3일자로 징계해고했다. 김씨가 희망퇴직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억1천만원으로, 법정퇴직금(1억5천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회사측은 희망퇴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부터 김씨의 압력으로 부당하게 보험에 가입했다는 업체들의 민원이 제기돼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개월 동안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김씨가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나서야 보직을 해임하고 감사에 착수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회사 감사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거래업체들이 민원을 제기했다고 해서 아무런 증거 없이 보직해임을 할 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홍보팀 관계자는 "제보를 접수하고 조사를 벌이려면 통상 두 달이 걸린다"고 밝혔다.

김씨 사건을 대리한 이승진 공인노무사(부광노무사사무소)는 "지난해 9월 초 공지된 희망퇴직 가능자 명단에 김씨가 포함돼 있었는데 갑자기 보직해임한 이유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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