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유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지난 3일 열린 노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현대차그룹사 공동교섭 방침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금속노조
노동계가 기업별 노사관계의 대안으로 선택한 산업별 노사관계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산별교섭이 형식에 머무르거나 선언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수준에 정체돼 있는 데다, 교섭 파트너인 사용자들의 교섭참여도 저조한 탓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6일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3월호에서 “공공기관·금속산업·보건의료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별 노사관계가 비정규직 문제 같은 구조적 문제에 적절히 대응해 왔는지, 산업정책적 대안을 적절하게 제시해 왔는지 의심스럽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산별노조운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보건의료노조(1998년)와 금융노조(2000년) 설립을 거쳐 형식적 산별체제가 갖춰진 2001년 금속노조 출범 당시를 기점으로 보면 15년밖에 되지 않는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80%가 산별노조로 조직돼 있지만 기업노조 습성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핵심 사업장들이 산별교섭에 불참하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연구원은 “민주노총 금속 사업장에서는 대기업들이 산별교섭에서 거의 이탈하거나 개별교섭을 하고 있고 산별교섭 내용도 빈약하다”며 “산별교섭이 산업별 수준의 임금과 노동조건 표준화라는 목적을 얼마나 달성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금속노조가 이달 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기존 산별중앙교섭과 별도로 현대차그룹사 공동교섭을 추진하는 내용의 투쟁방침을 확정했다. 투 트랙 교섭전략으로 중앙교섭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0월 현재 노조 조합원 15만2천183명 가운데 중앙교섭 참가 조합원은 1만6천778명에 불과하다. 전체 조합원 대비 11%에 그친다.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따르면 중앙교섭 참가 사업장은 2008년 104곳에서 지난해 67곳으로 급감했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분분하다.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현대차그룹사 노사로만 교섭테이블을 꾸리겠다는 것은 강자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복교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사 대결 구도를 지양하고, 함께 위기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자동차산업 발전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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