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조선·철강·기계산업 중심 구조조정으로 민간 노사관계가 들썩이고 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을 둘러싼 노정갈등이 첨예할 것으로 전망됐다. 노조 조합원들은 경제상황이 나빠지고 고용불안이 확산하자 최근 투쟁 성향 집행부를 잇따라 선출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6일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3월호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금속·공공부문 산업별 노사관계 실태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금속산업 경기상황 따라 노사관계 '출렁'=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2015년 금속산업 노사관계 실태와 평가’ 보고서에서 “금속산업 노사관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업종별 경기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은 수조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채권은행 지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했고 신아SB는 지난해 11월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노동계는 9개 조선사노조가 참여하는 조선업종연대회의를 구성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연대를 강화하고 외연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조선업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에 맞선 것이다. 특히 금속부문 노동계에서는 완성차를 중심으로 투쟁 성향으로 분류되는 강성 집행부가 들어서고 있다. 실제 지난해 치러진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4사 노조와 현대중공업노조 선거에서 모두 강성 집행부가 당선됐다.

곽상신 연구실장은 “금속산업 불황은 조선을 넘어 철강·기계로 확대하고 있고 일부 완성차업체들은 생산물량 감소나 통상임금 현안 때문에 노사 간 대립이 커지고 있다”며 “기업 경영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조합원들이 강성 집행부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곽 실장은 “침체된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인력 구조조정과 이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정규직들의 고용이 크게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업종별 노사정 논의기구를 꾸려 사회적 갈등을 줄이면서 공존하는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곽 실장은 “지난해 조선업 경기가 악화하면서 해당 업종 기업들이 있던 거제·통영·고성지역 경기가 동반 침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대규모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업종부터 업종별협의회를 구성해 경쟁력 향상과 구조조정·고용안정에 관한 해법을 모색해야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 '정부 강행 vs 노조 반발' 반복=지난해 공공기관 노사관계 진단과 평가 보고서를 작성한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지난해에는 어느 때보다 노정갈등이 치열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반강제로 도입했다.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시행되면서 청년고용 여력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투쟁본부를 만들어 저항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노광표 소장은 “공공기관 노사 양 주체들은 과거와 다른 행동양식을 보이지 않은 채 정책 강행 추진과 반대 저지로 맞섰다”며 “공공기관 노사관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공공부문발전위원회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설치하고 운영한 것은 부분적인 변화였다”고 평가했다.

노 소장은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그는 “정책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함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협상은 미미하고 노정 간 저지·강행이라는 구습만 반복되고 있다”며 “올해 성과연봉제 전면 확대를 둘러싼 갈등이 예상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노정 모두 새로운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소장은 이에 따라 노사정이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그는 “정부는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누리는 상대적인 고임금과 고용안정성을 이유로 노조를 공격하고 있다”며 “지난해에도 임금·고용이 안정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정년까지 연장하면 청년고용이 줄어든다는 논리를 내세워 노조 반발을 무력화했다”고 분석했다.

노 소장은 이어 "공공기관노조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므로 반대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국민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공공부문 노동계의 시급한 과제는 이에 대한 극복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춤하는 산별교섭, 참여 사업장·조합원 '뒷걸음'
금속사용자협의회 창립 10년 만에 회원사 최저치



산별중앙교섭에 참여하는 사업장·조합원이 좀처럼 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월간 노동리뷰 3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속한 회원사는 67곳으로 2005년 협의회 창립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협의회 회원사는 2005년 창립 당시 95곳에서 2008년 104곳으로 정점에 오른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4년에는 69곳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들 회원사 소속 금속노조 조합원 역시 2005년 2만78명에서 지난해 1만6천778명으로 3천300명 감소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노조 전체 조합원은 되레 늘었다. 2005년 4만1천226명이던 노조 조합원은 지난해 15만2천183명까지 증가했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금속노조 전체 조합원 대비 산별교섭 참여 조합원 비중은 사용자협의회 창립 당시 50% 안팎에 달했지만 지난해 11%까지 떨어진 상태”라며 “완성차노조들이 노조에 가입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하락한 것이기는 하지만 산별교섭 참여 사업장과 조합원 절대 숫자가 줄면서 중앙교섭이 약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조 조합원은 지난해에만 3천800명 증가했는데, 산별교섭 참가 사업장은 2곳이 줄어들면서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산업사용자협의회가 2009년 해산된 후 지방의료원과 민간중소병원을 중심으로 산별중앙교섭을 이어 오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산별교섭에 참가한 사업장은 43곳으로 노조 소속 159개 지부의 27%에 불과했다. 교섭 참가 사업장 조합원은 8천373명으로 전체 조합원(약 4만5천명)의 19% 수준이다.

다만 보건의료산업에서는 산별교섭 참가 여부와 관계없이 노사가 체결한 산별 단체협약을 준용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다. 노조에 따르면 2012년 산별교섭에 27개 사업장이 참가했으나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을 준용한 사업장은 당시 노조 소속 지부의 51.6%에 해당하는 78곳이었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건의료노조는 2009년 이후 산별중앙교섭과 특성별 교섭을 병행하는 유연한 방식으로 산별교섭을 하고 있다”며 “노사 모두의 관심사인 간호인력 확충을 핵심 이슈로 제기하면서 산별교섭을 이끌어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부연구위원은 “국립대병원이나 사립대병원처럼 규모가 큰 사업장이 빠진 채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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