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간제 노동자 고용안정·처우개선을 위해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기업을 지도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그러나 총선용 생색내기 대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효성을 담보할 만한 방안이 없어서다.

고용노동부는 7일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사내하도급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며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고용안정·처우개선 주문=노동부가 밝힌 기간제 가이드라인에는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계속 필요한 업무인데도, 사용자들이 기간제를 반복 사용하자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상시·지속 업무는 연중 지속되는 업무로 과거 2년 이상 지속됐고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라고 정의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후 노동조건은 기존 정규직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이 없게 하라고 했다. 또 해당 사업장 모두에 적용되는 명절선물·작업복·식대·출장비·통근버스 같은 복리후생에 있어 기간제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한 도급업체와 장기간 계약하거나 갱신을 보장해 하도급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2011년 제정된 후 5년 만에 개정됐는데, 원·하청 노동자 간 임금·노동조건에서 불합리한 차별이 없도록 원·하청 사업주가 함께 노력해 달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사용자에게 회피 수단 제공”=두 가이드라인은 기간제와 사내하청 노동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비정규직 규모가 날로 늘고 차별도 확대하는 상황에서 안일한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통계청과 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 규모는 2007년 570만3천명에서 2011년 599만5천명, 지난해에는 627만1천명으로 증가했다. 기간제의 경우 계약만료시 10명 중 1명꼴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나머지는 이직(7명꼴)하거나 정규직 전환 없이 계속 고용(2명꼴)됐다.

임금 격차는 확대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시간급 기준)은 2002년 80.5%에서 2008년 68.0%, 지난해에는 65.0%까지 떨어졌다. 한국노총은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는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채용해야 함에도 정부는 2년 이상 지속 업무라는 단서를 달아 신규 사업에서 기간제 사용의 길을 열었고 전환 대상도 근무평정을 통해 선정하도록 했다”며 “비정규직 보호가 아닌 사용자에게 회피 수단을 제공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효성 없는 생색내기 정책=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정부 대책이 총선을 앞둔 생색내기 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사용자들이 2년으로 제한된 사용기간을 넘겨 기간제를 계속 쓰고 있고 산업현장에 하도급을 위장한 불법파견이 만연한 상황에서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기업들과 가이드라인 준수협약을 맺고 1만2천여 기업에 대한 근로감독을 시행할 때 가이드라인을 준거로 삼아 지도·감독하겠다는 대책을 밝혔다. 고영선 노동부 차관은 “법을 개정해 집행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책 의도나 기준을 발표하는 것도 정부 정책수단 중 하나”라며 “그런 방향으로 노사가 움직이도록 권고하고 촉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그러나 “실효성과 강제수단 없이 권고와 노력만 읊고 있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상시·지속 업무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고용하도록 법을 개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비없세) 역시 성명을 내고 “청년과 비정규직 분노가 거세지자 정부가 선거 막판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처럼 정책을 발표했다”며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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