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탄생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4대 노동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쟁점법안도 자동폐기의 길을 걷게 됐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 임기인 5월29일까지 쟁점법안 통과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선거에 참패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노동 4법' 향배는=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정부·여당이 밀어붙인 근로기준법·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계류돼 있다. 정부·여당이 "보건의료 산업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활성화를 해야 한다"며 추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심의 목록에 올라 있다.

노동 5법은 정부·여당이 청년과 중장년층 일자리 제공과 중소기업 인력난 완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사활을 걸고 추진한 법안이다. 야당은 "쉬운 해고를 양산하고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원격의료 등의 내용이 포함돼 보건의료 공공성이 훼손된다"며 반대했다.

애초 새누리당은 총선이 끝나면 기간제법을 제외한 노동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야당과 노동계에서도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경우 5월 임시국회에서 노동 4법이 처리되지 않겠냐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선거 결과 새누리당이 원내 2당으로 밀리면서 19대 국회에서 노동 4법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 갔다. 20대 국회에서 이들 법안이 재발의되더라도 논의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인적 구성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환노위에서 노동 4법을 강하게 반대했던 이인영·한정애·심상정 의원이 국회에 재입성했다. 민주노총이 지지한 노동계 출신 김종훈(울산 동)·윤종오(울산 북) 당선자도 "노동개악 반대"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됐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이용득 당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출신 어기구 당선자도 있다. 노동 4법 방패막이 더 두터워진 셈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6월 국회는 원구성이 중심이기 때문에 새로 입법발의를 한다고 해도 8월까지는 논의조차 불가능할 것"며 "만약 새누리당이 국민의당과 정책공조를 한다 해도 빨라야 정기국회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스팅보트 쥘 '국민의당'=문제는 38석을 확보하면서 경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은 이념 스펙트럼이 넓다. 노동문제에서도 중도보수적 입장을 취해 왔다.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에 대해서 "필요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동 5법에 대해서도 고용보험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헙법·근로기준법 3개 법안은 수용하되, 기간제법과 파견법만 "나쁜 일자리 개정안"이라며 반대했다. 새누리당이 쟁점 법안 중 일부 내용을 수정해 국민의당의 협조를 이끌어 낼 여지가 있다.

아직까지 국민의당은 쟁점사안에 대해 당론을 확정해 발표하지 않았다. 정문주 본부장은 "국민의당을 전체로 놓고 보면 오른쪽에 가깝고 내부적으로 입장차가 많은 사람들이 정략적으로 모인 정당"이라며 "당내 노동계 인사들도 있기 때문에 선거 당시 신자유주의 경향의 인사들이 얘기한 정책흐름을 당론으로 정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국민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중도 실용노선을 취하라고 국민의당을 지지한 게 아니다"며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우는 정책과제에 적극 공조해 새누리당이 주도한 정책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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