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따라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일진전기가 행정소송에서 돌연 사업을 계속할 수 없어 해고한 통상해고라고 주장했지만 패소했다. 일진전기는 "통신사업부를 폐지하면서 이뤄진 통상해고"라는 논리를 폈지만 법원은 "통신사업부가 존속하는 다른 사업부와 별개 사업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장순욱)는 일진전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8일 밝혔다. 일진전기는 재계 순위 50위권인 일진그룹의 주력 계열사다. 국내외에 전기기기와 부품·통신케이블·전선을 납품해 왔다.

일진전기는 데이터 전송을 위한 통신망 구축에 사용하는 통신선을 제조·판매하는 통신사업부가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2014년 10월 사업중단 결정을 내리고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통신사업부 소속 56명 중 34명(생산직 30명·사무직 4명)이 희망퇴직했다. 회사는 남은 생산직 노동자(14명) 중 7명을 수원 전선공장 등에 전환배치했지만 추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6명은 같은해 12월 정리해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경기지노위는 일진전기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해고회피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해고대상자를 공정하게 선정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노조와 성실한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지난해 6월 "초심 판정을 유지한다"고 결정했다.

네 가지 정리해고 요건 중 세 가지를 충족하지 못한 일진전기는 행정소송에서 "사업 전체를 폐업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사업 일부라도 독자적 사업부문 전체를 완전히 폐지하는 경우에도 통상해고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각 사업부가 생산하는 제품이 다르지만 본사가 경영을 총괄해 경영주체가 동일하고, 통신사업부와 재료사업부는 동일한 공장 내에 있어 인적·물적 설비가 독립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통신사업부를 폐지한 것은 사업축소에 해당할 뿐 사업부 전부를 폐업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노동위 판정과 마찬가지로 일진전기가 정리해고 후 직원채용을 공고하고, 노조의 자구책을 거부하는 등 해고회피노력을 하지 않았고, 해고대상자를 공정하게 선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봤다.

해고자들을 대리한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일진전기가 무리하게 정리해고를 한 뒤 법적으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통상해고를 주장한 것 같다"며 "정리해고보다는 통상해고를 주장하면 해고요건이 완화되는 걸 노렸으나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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