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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두 어른' 백기완·문정현 "꿀잠 짓기에 힘 보태 주소"

기사승인 2016.06.29  08: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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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5~17일 갤러리 류가헌서 <두 어른> 전시회 열려 … 붓글씨 36점·새김판 77점 전시·판매

   
▲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왼쪽)과 문정현 신부가 28일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열린 '두 어른'전 기자간담회에서 붓글씨와 새김판(서각) 작품을 품고 툇마루에 앉았다. 정기훈 기자

"돈으로 따지면 억만금을 받아야 하지만 조금만 받을 테니까 사."(백기완 소장)

"예수님 말씀을 어떻게 돈을 받고 파냐고 했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꿀잠'을 위해 보태는 마음으로 가져가 줘."(문정현 신부)

'민중의 벗' 백기완(84) 통일문제연구소 소장과 '길 위의 신부' 문정현(78) 신부가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붓과 칼을 들었다.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갤러리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린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건립기금 마련을 위한 전시회 <두 어른> 기자간담회에서 백기완 소장과 문정현 신부는 예술작가 등단에 쑥스러워하면서도 "많이 사 가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백 소장과 문 신부는 "거리싸움을 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잠시 쉴 곳, 잠시 씻을 곳, 잠시 치료받을 곳이 너무나 절실하다는 얘기에, 나이테 많은 두 사람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집 앞에서 배밀이한다 협박(?)에 동참"='꿀잠'은 투쟁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잠시나마 마음 편히 쉬고, 잠자는 공간을 만들고자 각계 활동가들이 건립을 추진하는 쉼터다. 꿀잠 건립추진위원회가 10억원 설립기금 모금을 목표로 지난해 8월부터 후원회원 모집을 벌여 현재까지 3억원을 모았다. 서울 어느 변두리에 건물 하나 세 들기도 어려운 금액이다. 꿀잠 건립위가 '두 어른'께 도움을 구하게 된 배경이다. 건립위는 백 소장에게는 붓글씨를, 문 신부에게는 새김판(서각)을 청했다.

그런데 두 어른 승낙을 받기가 쉽지는 않았다고.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며 완강하게 거절의사를 밝힌 두 어른께 유흥희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은 "(승낙할 때까지) 집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백 소장에게는 "문 신부님은 이미 승낙했다"고 전하고, 문 신부에게는 "백 소장님께서 두문불출하고 붓글씨를 쓰고 계신다"고 말하는 양동작전까지 동원했다. 꿀잠 건립위의 끈질긴 삼고초려에 결국 두 어른은 작품전시와 판매를 허락했다.

백 소장은 "유흥희 분회장이 우리 집 앞에서 배밀이(오체투지)를 하겠다잖아. 여기저기 협박이 들어와서 동참하게 됐다"고 웃었다. 문 신부는 "작품을 판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현장에서만 만나 뵙던 백기완 선생님께서 붓글씨를 쓰기 시작하셨단 말에 '있는 거 다 가져가라'고 했다"고 귀띔했다.

◇"심장을 쪼듯 한 점 한 점 새긴 글귀"=백 소장은 한 달 동안 두문불출하며 자신이 길 위에서 말로 했던 것들을 한지로 옮겨 적었다. 이렇게 붓글씨 30여점이 만들어졌다. 그는 "비정규 노동자의 집을 짓는데 보태자고 해서 나섰지만 붓글씨를 잘 못 쓰는 사람이 붓을 들어 멋쩍다"며 "한 달간 감옥생활을 하면서 썼다"고 말했다.

백 소장은 30여점의 작품 중 "역사, 진보, 그 예술에 취할 줄 모르는 놈들아, 술잔을 놓아라"는 글귀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억만금을 받고 싶은" 글귀라고 했다.

"사람이 소주만 마시고 취해서는 안 돼. 진짜 역사와 진보에 취할 줄 모른다면 술도 마시지 말아야지."

문 신부는 대추리·용산·강정에서 공권력의 폭력 앞에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심장을 쪼듯 한 점 한 점 나무에 새긴 새김판 70여점을 내놓았다. 문 신부가 칼을 든 건 10년 전이다. 2006년 경기도 평택 대추리에서 미군기지확장 반대투쟁을 할 때 함께하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며 연습 삼아 나무판에 글씨를 새겨 본 게 시작이었다. 그 뒤 용산참사가 일어났고, 남일당에서 살면서 투쟁을 했다. 345일 만에 장례를 치르고도 분을 참지 못해 지리산 자락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나무에 글씨를 새기는 재주꾼을 만나 4박5일간 특훈을 받았다. 제주도 강정에 내려와선 매일매일 나무를 깎고 있다. 2014년에는 그라인더에 왼손 검지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지만 칼을 놓진 않았다. 칼과 나무는 해군기지를 바라볼 때마다 폭풍이 치는 마음속을 다스리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집 짓기 재정마련에 힘 보태 달라"=이날 기자간담회 도중 거듭 "창피하다"거나 "멋쩍다"며 얼굴을 붉힌 두 어른은 "집 짓기 재정마련을 위해 팔을 걷은 우리의 오랜 우정이 너무 초라하지 않게 힘을 보태 달라"고 밝혔다.

유흥희 꿀잠 건립위 집행위원은 "거리에서 한뎃잠을 자는 수없이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여름방학 외갓집 같은 공간을 만들어 주자"며 "하루빨리 꿀잠이 지어질 수 있도록 벽돌 놓는 데 십시일반 마음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이 시대의 2인전'인 이번 전시회는 다음달 5일부터 17일까지 류가헌 1·2관에서 열린다. 백 소장의 붓글씨 36점과 문 신부의 새김판 77점을 만나 볼 수 있다. 작품 중 "산 자여 따르라" "천년을 실패한 도둑" "하늘도 거울로 삼는 쪽빛 아그빛처럼"은 백 소장이 쓰고 문 신부가 나무판으로 옮겨 깎은 공동작품이다. 전시회는 5일 오후 6시30분에 시작된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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