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건설노조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건설노조 탄압 중단과 건설현장 법 준수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부산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정우식(가명)씨는 건설현장 안전사고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남 일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정씨는 "원청에서는 안전조치를 하라고 하지만 하도급업체에서는 기일에 맞추려고 빨리빨리를 요구한다"며 "무사히 퇴근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토로했다.

15년 경력의 타워크레인 기사인 이태극(48)씨는 노후 타워크레인에 오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했다.

"국내 건설현장에는 10년 이상 된 타워크레인이 태반입니다. 택시도 오래 타면 폐차시키는데, 타워크레인은 10년이든 20년이든 고장만 안 나면 계속 운행할 수 있으니까 불안불안하죠. 타워사고는 곧 인명사고니까요."

이씨는 "오래된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퇴출시키고, 공공기관이 직접 안전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수(47) 경남건설기계지부 창원지회 사무국장은 적정임금 지급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청이 하도급을 최저가입찰로 주기 때문에 단가 자체가 너무 낮습니다. 그래서 도중에 파산하는 하도급 업체들이 생기고, 가장 말단에 있는 노동자들은 임금체불에 시달리죠. 원청에서 직접 임금을 주도록 법을 고쳐야 합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만난 건설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외쳤다. 최저가낙찰과 다단계하도급, 저가수주 경쟁으로 하도급 말단 노동자들이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현실을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일손을 놓고 서울로 모여든 이유다.

"제발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가 안전한 건설현장과 건설기계 퇴직공제부금 적용, 적정임금·적정임대료 제도 도입, 건설사 직접시공제 도입 등 18대 대정부 요구안을 내걸고 이날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건설노조 탄압 분쇄! 2016년 총파업 투쟁 승리,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는 건설노조의 18대 요구안에 응답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건설기계 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에도, 시공확대 요구에도, 체불임금과 유보임금 근절을 위한 제도적 보완 요구에도, 산재사망 처벌과 원청 책임강화를 위한 법제화 요구에도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며 "되레 건설노동자에겐 기본권이나 마찬가지인 정당한 고용요구에 공갈협박이란 죄를 씌웠다"고 비판했다.

장옥기 위원장은 "10년 전부터 건설현장에서 노동 3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법을 바꾸라고 투쟁해 왔다"며 "지난 19대 국회에서 건설민생법안들이 상정됐지만,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악법을 들고나오면서 민생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동악법 때문에 건설민생법안 밀려"

노조에 따르면 19대 국회에 △건설기계 근로자 퇴직공제부금 의무가입 △노무비 구분관리 및 지급확인제 △건설근로자 직업능력 개발 △계절적 실업지원 △퇴직공제부금 인상 등을 담은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올라갔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적정임금제도를 규정한 건설근로자법 개정안과 고용노동부 장관이 건설근로자의 직종별·기능별 적정임금을 정해 고시하고, 전체 공사비의 30% 이상을 노무비로 사용하도록 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도 발의됐지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이에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직접시공 확대를 골자로 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같은 당 송옥주 의원이 적정임금 도입을 담은 건설근로자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법 통과에 협조해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모인 2만여명의 노동자들은 △법·제도 개선요구안 관철 △구속 타워크레인 동지 조기 석방 △노조탄압 분쇄 △안전한 건설현장 만들기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본대회에 앞서 독립문공원과 서울역광장, 동대문디지털플라자 인근에서 오후 1시부터 사전집회를 열고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집회 후 조합원들은 서울광장과 검단신도시 건설기계노동자 고공농성 현장에서 노숙농성을 이어 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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