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은행연합회가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총파업 선언으로 맞불을 놓았다. 조합원들은 노조의 쟁의행위 결정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조합원 95.7% "파업하자"

노조는 20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1층 로비에서 ‘해고연봉제 저지·관치금융 철폐’ 총파업 1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와 산하 지부 간부 200여명이 참석했다.

노조가 지난 19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9만5천168명 중 87%인 8만2천633명이 참여했다. 그중 95.7%인 7만9천6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김문호 위원장은 “일터와 삶을 황폐화시키는 성과연봉제를 분쇄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안심전환대출·청년희망펀드 같은 엉터리 금융정책으로 과당경쟁과 살인적 노동강도를 유발하는 관치금융을 철폐하라는 조합원들의 준엄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9월23일 1차 총파업을 포함한 하반기 총력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2014년 9월에도 금융공기업 복지축소와 낙하산 인사, 옛 외환은행 조기통합에 반발해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사안의 폭발력이 2년 전보다 세다고 봤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호봉제 폐지와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해고기준 마련을 노조에 요구했다.

사용자측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초 외부 컨설팅업체에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 관련 연구용역을 맡겼다. 초안을 마련해 놓고 발표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개인 간 연봉차를 성과에 따라 최대 40%까지 두도록 임금체계를 설계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후배들에게 노예제 물려줄 수 없다"

서성학 전국은행산업노조협의회 의장(SC제일은행지부 위원장)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소신을 앞세워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본인들에겐 소신이라지만 우리에겐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사용자측이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나오는 만큼 과거 파업과는 다른 목숨을 건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근용 외환은행지부 위원장은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직원 순위 매기기가 본격화하고 이는 해고와 노동자 노예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노예제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 싸움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노조는 이날부터 다음달 말까지 지부별 순회 파업결의대회를 한다. 2차 대회는 이달 26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열린다. 9월 초에는 노조와 지부 대의원 전체가 집결하는 합동대의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조는 “민간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과연봉제 압박과 관련해 은행산업노조협의회를 중심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21일 혹은 22일께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저작권 관계상 보고서 원문은 은행에 전달하고 핵심 내용을 추려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라며 “저성과자 재교육이나 일반해고 관련 내용은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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