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성 40일차였던 지난 5일 이춘무(사진 왼쪽) 지회장과 심명보 사무장의 모습. 이춘무 지회장

전국에 폭염특보가 연일 발령되는 요즘, 40여미터 높이 타워크레인 위에서 4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인 덤프트럭 노동자들이 있다.

이춘무(50·사진 왼쪽) 건설노조 경인지역본부 수도권서부건설기계지부 서인천지회장과 심명보(52) 지회 사무장. 이들은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새빛도시 택지개발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저단가·장시간 노동과 민주노총 조합원 배제에 항의하며 지난 6월27일 인천 남동구 서창지구 아파트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땅에 있는 조합원들이 음식물을 바구니에 담아 줄에 매달아 올려 준다. 농성자들의 건강이 걱정된 조합원들이 초복에 정성 들여 끓인 삼계탕을 올려 보냈는데, 정작 이 지회장은 고기 한 점도 먹지 못했다. 농성 17일째 되는 날 실수로 틀니를 땅에 떨어뜨려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20일 넘게 삼시 세끼를 죽으로 연명하면서 살이 급격히 빠졌다.

1.5평 남짓한 좁은 조종석이 낮 동안 볕을 가려 주고 있지만 폭염으로 달궈진 크레인이 뿜어 대는 열기까지 막아 줄 순 없다. 오십이 넘은 농성자들의 체력이 우려되는 이유다. 폭염보다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농성자들의 처지를 헤아리지 않는 듯 더디게 진척되는 교섭이다.

40일차 농성을 넘긴 지난 5일과 6일, 이춘무 지회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5개월 넘게 투쟁하고 있는데 답답하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전국에서 가장 낮은 임대료=이 지회장이 "조합원 고용·8시간 노동·적정임대료 지급"을 요구하며 투쟁한 벌인 지는 벌써 5개월이 넘었다. LH 인천지역본부가 발주한 검단새빛도시 택지개발공사 시공은 대방건설이 맡고 있다. 대방건설은 대성건설과 인성개발에 하청을 줬다. 인성개발은 다시 예다개발이란 운반업자에게 물량도급을 줘서 차량계 건설기계 노동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대방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후 현장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은 고용하지 않는다"거나 "10시간 노동에 장비임대료(장비+인건비) 35만원"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15톤 덤프트럭 기준으로 건설시공 예산에 반영되는 표준품셈은 일당(8시간) 60만원이다. 노조에 따르면 충청도의 경우 15톤 덤프트럭 1일(8시간) 임대료는 45만~48만원이다. 강원도는 50만원이 넘는다. "10시간 노동에 임대료 35만원"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그럼에도 이 지회장은 하청업체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 8시간 노동에 38만원을 달라고 했다. 해당 금액도 전국 평균보다 10만원 정도 낮은 가격이지만 다른 지방보다 건설현장이 적고, 노는 차량이 많은 인천지역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하청업체들은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전에는 하루 일하면 타이어 두 짝을 사고도 돈이 남았어요. 요즘에는 35만원으로 타이어 한 짝도 못 사요. 트럭이 고장 나서 공업사라도 들어가면 기본 100만원이 듭니다. 생활이 조금이나마 나아질까 3만원이라도 올려 보려고 했는데 그조차 안 된다고 하대요."

업체들의 완고한 태도에 절망한 이 지회장과 심 사무장은 그 길로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이 지회장의 가족들은 아직 고공농성 사실을 모른다. 아직도 "강원도에서 여름 한철 빡세게 일하고 있다"는 그의 하얀 거짓말을 믿고 있다.

◇노사 8일 합의안 도출 시도=노사는 최근 교섭에서 노동시간을 10시간에서 2시간 줄이고 임대료 35만원과 추가근무수당을 지급을 하는 선에서 의견접근을 이뤘다. 농성자들을 우선 살리고 보자는 일념에 노조가 양보안을 낸 것이다. 그런데 건설노조 조합원 채용과 농성자들에게 2억원 넘게 부과된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고소·고발 문제를 놓고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사는 8일 교섭을 재개해 합의안 도출을 시도할 방침이다. 이날 합의안이 나오면 타워크레인 고공농성자들은 43일 만에 땅을 밟게 된다.

이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더 이상 저가 임대료나 고용문제로 고공농성을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 중에 신용불량자가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인천시와 LH는 건설노동자들의 아픔을 알아 줬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