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서울시가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추진한다. 현행 비정규직 관련법에는 사용기간 제한 조항만 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으로 사회 양극화 주범으로 불리는 비정규직 사용 관행이 획기적으로 바뀔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시는 특히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은 물론 민간위탁업체까지 비정규직 총량을 관리할 계획이다. 투자·출연기관은 2018년까지 5% 수준인 비정규직을 3%로, 민간위탁업체는 같은 기간 14%에서 10%로 줄이기로 했다.

유연식 서울시 일자리노동국장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울시 노동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박승흡 서울시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배석했다. 유 국장은 “31회에 걸쳐 노동자 1천100여명의 목소리와 민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노동혁신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채용 사전협의 거쳐야”=서울시는 앞으로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를 운영한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비정규직 채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비정규직 3대 채용원칙(단기성·예외성·최소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9월에 수립한다. 가이드라인은 서울시 관련 전 분야 채용에 활용된다. 유 국장은 “서울시 각 부서에서 비정규직을 채용할 때 일자리노동국과 사전협의를 거쳐 꼭 필요한지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총량도 줄인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비정규직 7천296명의 정규직화를 완료할 방침이다. 현재 7천23명(96.3%)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상태다. 이 중 3천711명은 자회사를 통해 직접 고용했다. 상시·지속업무만이 아니라 안전업무도 원칙적으로 정규직화한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은 현재 5%인 비정규직 규모를 2018년까지 3%로, 민간위탁업체는 같은 기간 14%에서 10%로 감축한다. 투자·출연기관에서 800여명, 민간위탁업체에서 620여명의 비정규직이 감축된다. 지하철 핵심업무와 120다산콜센터 직영화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서울시는 현재 ‘120 서비스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해당 조례안은 이달 26일 시의회 정기회에 상정된 뒤 9월에 의결될 전망이다.

◇정규직 전환자·비정규직 차별해소 주력=서울시는 이날 정규직 전환자 처우개선 방안도 내놓았다. 그간 정규직 전환자는 '중규직'으로 불렸다. 신분은 정규직(무기계약직)이지만 처우는 비정규직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정규직 대비 50% 미만인 노동자 임금을 2018년까지 70%로 상향하기로 했다.

공정한 승진과 보상체계를 만들고 사내인트라넷 접근이나 사원증, 후생복지 같은 임금 이외 부당한 차별도 해소한다. 서울시는 내년 노동인권조사관과 노동인권상담센터를 신설해 차별대우와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조사·시정권고·상담을 실시한다.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위촉과 작업중지권 보장, 산업재해 현황 모니터링을 통해 비정규직 산재를 예방할 계획이다.

아울러 병가유급화와 특수건강검진 제공, 청소노동자 휴게공간 개선을 통해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한다. 장시간 근로를 개선하기 위해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고 작업장 체류시간 최소화와 휴식권 보장 같은 제도를 시범운영한다. 생활임금의 경우 서울시 투자기관 3개 자회사에 확대 적용하고 생활임금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한다.

◇자회사 참여하는 ‘열린 노사협의체’ 운영=서울시는 노사 간 소통을 강조했다. 자회사로 직접고용된 경우 노동자 목소리가 자회사에 막혀 모기업이나 서울시로 전달되지 않는 폐단을 막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열린 노사협의체’를 운영한다. 예컨대 서울시·모기업·자회사·노조가 정례적으로 만나 소통하겠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현장교육'을 비롯해 노조 활동기반 확충을 지원하고, 노동감수성 제고를 위해 내년에 전 직원 노동교육을 의무화한다.

서울시는 이 같은 혁신이 민간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정규직화 우수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민간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캠페인·노동혁신 우수사례 발표회를 연다. 내년에 ‘노동차별 해소와 좋은 일자리’ 국제콘퍼런스도 개최한다.

서울시는 노동혁신 대책 이행을 위해 178억원의 예산을 마련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동혁신 대책에 기초해 투자·출연기관별로 개선안을 마련하게 한 다음 9월께 보고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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