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노동자들이 파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화섬노조 오비맥주지회(지회장 박석명)와 화학노련 오비맥주노조(위원장 진경섭)는 국내 경영진이 제시한 열흘 정도의 ‘워킹데이’ 제안을 수용해 조업을 재개했다. 해당 기간 동안 국내 경영진은 오비맥주 대주주인 벨기에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측과 노조 요구안을 조율한다.

21일 오비맥주양노조공동투쟁위원회에 따르면 두 노조는 최근 △기본급 최소 5% 인상 △일시금 300만원 지급 △성과급 제도 개선(최소금액 보장방식) 등이 포함된 최종 요구안을 국내 경영진에 전달했다. 국내 경영진은 “글로벌 본사(AB인베브)와 상의할 시간을 달라”며 열흘 정도의 워킹데이를 제안했다.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공투위는 지난 20일 전체 조합원 996명을 상대로 회사측의 워킹데이 제안 수용 여부에 관한 투표를 벌였다. 투표 참석 조합원 67%의 찬성으로 파업 일시 중단과 조업 재개가 가결됐다. 공투위는 워킹데이 기간에도 국내 경영진과 협상을 이어 갈 계획이다. 기본급과 성과급 같은 임금 관련 사안뿐 아니라,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뒤 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정서적 충돌'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촉구할 방침이다.

오비맥주는 2014년 글로벌 주류회사 AB인베브에 5년 만에 재인수된 뒤 지속적으로 노사갈등을 겪어 왔다. AB인베브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명목으로 성과급 지급기준을 지나치게 높여 노동자 임금을 깎거나, 국내 주류유통업계 관행을 무시한 영업방식을 강행함으로써 ‘제조사-도매상-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공생 메커니즘을 위협했다는 것이 공투위의 주장이다. 공투위가 이달 16일 파업에 돌입하며 생산직·영업직 노동자 임금인상과 협력사와의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프로세스 구축을 요구한 이유다.

한편 오비맥주 노동자들과 함께 파업을 벌인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CJ대한통운과 운송료 인상에 합의하고 파업을 중단했다. 이들은 오비맥주가 물류운송을 위탁한 CJ대한통운이 재하청을 준 운수회사에 속한 지입차주들인데, “오비맥주의 널뛰기 맥주 화물운송정책 때문에 파산 위기에 처했다”며 파업에 동참했다.

화물연대와 CJ대한통운은 이날 △운송료 5.7% 인상 △편파 배차 해소 △파업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과 손해배상 면책에 합의했다. 오비맥주와 CJ대한통운이 운송료 인상분을 분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길 화물연대 오비맥주 비상대책위원장은 “화물노동자들은 대기업의 부당한 갑질에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피해를 감수했다”며 “오늘 합의가 부당한 갑질을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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