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업종별 30개 기업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노동자의 95%가 하청노동자라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원청 책임자가 구속된 사례는 단 1건에 그쳤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새누리당 의원은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2011~2015년) 주요 업종별 30개 기업 중대재해 발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30개 기업에는 대우건설·현대중공업·현대제철·한화케미칼 등 산재다발 업종에 해당하는 주요 대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최근 5년간 대우건설 하청노동자 사망 1위
하청노동자 산재사망 원청 대비 최대 18배


문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30개 기업에서 209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는 245명이었다. 산재사망자 중 하청노동자는 212명(86.5%)으로 집계됐다. 원청노동자는 33명(13.5%)이었다. 중대재해에 따른 부상자도 하청노동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 5년간 부상자 76명 중 하청노동자는 65명(85.5%)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해가 갈수록 하청노동자 사망률이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 산재사망자 52명 중 하청노동자가 46명(88.4%)이었는데, 지난해에는 38명 중 36명(94.7%)이 하청노동자였다. 지난해만 놓고 볼 때 산재사망자 100명 중 95명은 하청노동자란 얘기다. 하청 사망자가 원청 사망자(2명)의 18배에 달한다.<표 참조>

기업별로 보면 최근 5년간 중대재해로 가장 많은 하청노동자가 사망한 곳은 대우건설(31명)이었다. 대우건설은 산재사망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이 매년 발표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에 2010년과 2014년 선정된 바 있다. 현대건설(27명)·GS건설(22명)·SK건설(19명)·현대중공업(14명)에서도 적지 않은 하청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솜방망이 처벌이 하청노동자 죽음 내몰아

하청노동자들이 죽음에 내몰리고 있는데도 책임을 진 원청은 거의 없다. 5년간 원청에 대한 법원의 최종 처분 결과는 징역 1건, 집행유예 8건, 불기소·기소유예 43건, 벌금형 106건, 혐의없음 38건이었다.

공장장·현장소장을 포함한 개인 벌금도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1천500만원에 불과했다. 징역형이 선고된 사건은 2013년 3월 대림산업㈜ 여수공장 폭발사고가 유일했다. 당시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해 공장장이 실형(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반면 같은해 5월 현대제철㈜ 당진공장 질식사고로 하청노동자 5명이 숨졌는데도 원청 생산본부장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법인은 양형규정에 따라 최대 벌금 5천만원을 부과받는 데 그쳤다.

문진국 의원은 “중대재해 발생시 원청 현장책임자는 집행유예를 받고 원청 경영진은 혐의없음으로 빠져나가고 법인은 크지 않은 벌금을 부과받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법·제도 강화 더불어 대기업 인식개선 시급”

산업안전보건법은 수급인(하청업체)이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에 이르게 되면 7년 미만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도급인(원청기업)은 수급인 소속 근로자 사망시 유해·위험장소 20곳에서 산재예방조치의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머문다. 사실상 원청에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다.

국회에는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입법안이 잇따라 발의돼 있다.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2016년 5월28일)와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2016년 6월1일)가 이어지자 노동부는 올해 6월 하청노동자 사망시 원청책임자에게 최고 7년의 징역형 또는 1억원의 벌금을 물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한정애·이인영·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각각 위험업무 도급금지와 원청 책임을 묻는 입법안을 발의했다.

문 의원은 “오늘도 산업현장에서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거나 다치고 있지만 대기업 경영진은 끊임없이 외주화와 다단계 하청을 이용해 자신의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법·제도 강화는 물론 원청기업의 근본적인 안전의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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