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투표에서 부결됐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임금피크제 확대안을 회사가 철회했음에도 예년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 수준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부결 원인으로 꼽힌다. 원점에서 시작될 재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박유기)는 "2016년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26일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됐다"고 28일 밝혔다.

전체 조합원 4만9천665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투표자 4만5천777명(투표율 92.17%) 가운데 3만5천727명(78.05%)이 잠정합의안에 반대했다. 찬성은 1만28명(21.9%)에 머물렀다. 임금교섭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노사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기본급을 동결하고 재직자 호봉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본급 5만8천원을 인상하는 것이다. 여기에 격려금으로 기본급 350%와 330만원을 연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개연연금 지원금 1만원 인상, 회사주식 10주, 20만원어치 재래시장 상품권을 주는 내용도 담겼다.

지부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를 두고 골머리를 앓았다. 박유기 지부장은 잠정합의안 타결 직후 발행한 노조 소식지에서 "교섭 막판에 임금피크제를 철회한다면 임금성에 대해 결단을 하겠다고 회사측에 요구했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임금피크제는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결단했다"고 밝혔다. 하나를 주고 하나는 받는 타협을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현대차는 과장급 이상에 대해서만 만 59세에 기본급 10%, 60세에 추가로 10%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다.

지부가 임금인상 규모를 양보한 데에는 경기악화와 현대차 실적부진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대차의 임금인상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기본급 8만5천원 인상에 400%+400만원, 2014년에는 9만8천원에 450%+870만원에 합의했다. 저성장 시기에 접어들면서 임금 극대화 전략의 수명이 다해 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로 꼽힌다.

일부 현장조직들은 "기본급을 놔두고 재직자 호봉을 높이는 방식이 도입되면 신입직원과 재직자 간 이중임금제가 형성된다"고 반발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주에 임금교섭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철회안은 지키고, 임금인상을 더 따내야 하는 상황"며 "쉽지 않은 교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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