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매일노동뉴스 독자편집위원회(위원장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는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국면에서 잘려 나가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장 취재를 통해 조선업 구조조정과 한진해운 사태의 제1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현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향후 보도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공공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될 때 맥락을 짚어 주고, 노사가 추진하는 노동관계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 취재·보도해 달라는 주문이다.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폰 도입으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업무 스트레스 이슈에 대한 현상과 대안을 짚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독자편집위는 지난 6일 오전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8차 회의를 열고 올해 4월22일부터 9월5일까지 발간된 신문기사를 모니터링했다. 이 가운데 △20대 국회 개원과 여소야대 결과 △구의역 사고 등 위험의 외주화 △창립 24주년 5~6월 특별판 △복수노조제도 현황과 문제점 등 기획기사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김동원 위원장과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박성식 전 민주노총 대변인·연윤정 매일노동뉴스 편집부국장(사내위원)이 참석했다. 박성국 매일노동뉴스 대표이사가 독자편집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8차 독자편집위 회의를 지상중계한다.

“매체 강점 살려 환노위 입법논의 과정 밀착 취재해야”

박성국 : 조만간 정기국회와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노동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노동계는 노동관련법 입법화 여부에 관심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정기국회는 정부가 노동 5법을 밀어붙이면서 법 개정이나 제정 없이 끝났다. 20대 국회 시작을 알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좋은 법안이 제·개정되기를 기대한다. 올해 4월 7차 회의 이후 오랜만에 독자편집위 회의가 열렸다. 당시는 임금·단체협상이 진행되던 시기여서 그에 대한 기사가 많았다. <매일노동뉴스> 기사에 대한 평가를 부탁드린다.

김동원 : 노동문제가 한물갔고 이제는 사양길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리 믿지 않는다. 새로운 시대는 항상 새로운 노동문제를 잉태한다. 일이 사람 생애에서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새로운 노동문제는 계속 생긴다. 인공지능 발달에 따라 노동의 미래상이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도 노동문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서 각 나라별로 산업형태가 다르다. 근로패턴을 보면 20년 전에는 한 회사에서 균일한 사람들이 일했는데 최근에는 정규직·파견·아웃소싱·외주 등 다양한 형태가 섞여 일한다. 매일노동뉴스 기사도 10년 전과 완전히 다르다. 예전에는 정규직 중심의 사업장 얘기가 많았다면 지금은 비정규직·하청노동자 위주로 바뀌었다. 위원들께서 신문과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참고가 되는 조언을 많이 해 달라.

연윤정 : 4월22일 열린 7차 회의 결과를 어떻게 지면에 반영했는지 보고드린다. 심층기획 기사에 대한 기대를 많이 표현해 주셨다. 현재 기획담당 기자 2명이 다양한 기획과 분석기사를 맡고 있다. 내년 대선보도를 미리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해 주셨다. 여야 당대표 선거가 끝난 뒤인 만큼 앞으로 본격화할 대선레이스를 주목하고 있다. 대선보도를 준비하겠다. 세월호 후속보도는 지속적으로 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특별판에서 다뤘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챙기겠다.

김동원 : 20대 총선 이후 국회에 대한 다양한 보도가 있었다. 국회 개원과 관련한 보도를 짚어 보자.

김동욱 : 20대 국회가 개원해서 상임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안을 발의하는 과정 등 상황과 이슈에 맞게 잘 따라간 것 같다. 추석이 지나면 곧바로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국정감사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업장이 어떤 곳인지를 짚고,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가 이뤄질 때 중요한 맥락을 잘 짚어 주길 기대한다. 다른 언론들은 환경노동위원회 이야기를 자세하게 싣지 않는다. 매일노동뉴스는 환노위 기사에 강하다. 박성국 대표가 지난해 국회 하반기에 노동관련법이 통과된 게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정부 노동개혁법이 있고, 야당도 청년고용·최저임금 등과 관련한 법안을 주요 통과 법률로 지목한 상태다. 이런 법안이 어떤 논의 흐름으로 이어질 것인지, 그에 대한 노사의 입장이 잘 다뤄졌으면 좋겠다.

박성식 :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노동자들에게 직접 묻고 기사화했던 보도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다만 몇몇 인사들의 관점에서 주장되는 기사에 그쳤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노동의제에 대한 폭넓은 의제를 조사해 보는 꼭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라서 변화에 대한 요구와 기대가 크다. 어떤 노동의제가 지금 노동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과제인지를 변별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일노동뉴스도 국회의 단발성 소식을 전하는 것을 넘어 특별히 관심을 갖고 이슈화하고자 하는 의제를 발굴해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보도해 나갔으면 좋겠다. 추가해서 환노위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나 설문조사 보도가 좋았다. 이를 넘어 환노위 의원 개개인이 어떤 의정활동 포부와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들어 봤으면 좋겠다. 국회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김준영 : 20대 국회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하지는 않는다. 19대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본다. 노동관련법 제·개정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통과되길 여망하는 법과 실제 통과되는 법이 매칭이 안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통과됐으면 하는 법들은 통과 과정의 프로세스까지 제시·기획하면서 꾸준히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도 입법과제로 많은 법안을 제시했지만 한 번에 통과되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반기 우선과제를 정리하고 집중투쟁을 통해 현실화시키는 전략을 세워 나갈 예정이다. 노동계가 어떤 법안에 관심을 가지는지, 그런 이유와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집중적으로 알려 냈으면 좋겠다.

 

“위험의 외주화 보도, 대중 관점에서 접근 못해 아쉽다”
“하청에 산재 집중되는 근본 원인 짚어 나가야”


김동원 : 노동의제와 관련해서는 지금 당사자들 사이의 의견격차가 너무 크다. 청와대나 정부가 원하는 노동개혁법과 노조·야당이 말하는 입법과제를 보면 차이가 난다. 20대 국회에서 획기적인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청와대는 총선 대패 이후에도 변화없이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노동법은 헌법 개정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이 먹고사는 걸 뺏고 나누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소수당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야당의 힘이 크게 강하지도 않다. 다음으로는 구의역 사고 등 위험의 외주화 문제와 관련한 보도를 다뤄 보자.

김동욱 :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를 주제로 한 많은 기사가 나왔다. 전체 언론이 관심을 가진 문제였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와 관련해 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위험에 처해 있는지 그 현상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 현대중공업에서만 올해 9명이 업무상재해로 숨졌는데, 그중 과반 이상이 하청근로자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수주절벽이니, 향후 1년6개월 이후에는 건조시킬 배가 없는 상황에서 산재사고로 기업에 어려움이 중첩되고 있다. 30대 대기업을 조사했더니 중대재해가 정규직보다는 하청·간접고용 근로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상황을 심층적으로 봐야 한다. 왜 하청이냐.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원청과 비교해 왜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인가. 안전장구가 문제라면 당장 바꿔야 한다. 더 깊은 문제는 안전의식과 숙련도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규직은 오래 일해다 보니 현장에 익숙하다. 어떤 곳이 위험하고 어떤 업무 과정이 위험한지 파악하고 있다. 반면 하청은 그렇지 못하다. 왜 이렇게 하청이 많아졌는지도 분석해 봐야 한다.

박성식 : 구의역 사고 당시 특성화고 문제를 들여다본 것은 매일노동뉴스가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보여 준 사례인 것 같다. 문제의 당사자이기도 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담까지 진행해 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다만 구의역 사고를 다루는 기사들이 너무 딱딱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사고가 이슈화된 배경에는 이 문제를 대중들이 정서적으로 접근한 면이 컸다. 어떻게 이 사고를 생각하는지, 어떤 점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등 대중의 시선에서 살펴보는 연성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특별판은 편집을 다양화했으면 좋겠다. 여전히 텍스트 위주다. 제작에 주어진 여유를 살려서 이미지·인포그래픽에 덜 인색한 형식으로 편집됐으면 좋겠다.

복수노조 제도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 본 기획기사가 좋았다. 지나간 사건은 외면하기 십상인데 재조명해 줬다. 이런 시도가 계속됐으면 한다. 현재 노사관계를 다룰 때에도 지나간 이슈라고 해서 외면해서는 안 된다. 복수노조 제도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현장에서 어떤 변화요구가 일고 있는지를 추적하면서 끈질기게 보도해 달라. 마지막으로, 노동운동 위기가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대중은 노동운동이 어떤 긍정적 변화를 이뤄 왔는지 잘 모른다. 노동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운동이 우리 일상에 어떤 긍정·부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으면 한다. 노동운동이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문제인데도 외면받고 있다.

김준영 : 조선업종 구조조정 보도와 관련해 현장과 밀착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현장 노동자들의 고민과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한진해운 사태를 보자. 언론은 물류대란 이야기만 하고 있다.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노동계는 복수노조 제도에서 이뤄지는 교섭창구 단일화 문제가 향후 노동운동에서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창구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주장만 많이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실제 창구단일화를 없애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찾아보자. 그런 사례가 있으면 이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다.

김동원 : 앞의 말씀을 조금 정리해 보겠다. 소상공인 이야기를 담은 특별판 기사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최저임금은 저임금을 올리는 문제이자 자영업자의 비용부담 증가의 문제인 것 같다. 약자와 약자의 문제로만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실 대기업과 공기업은 최저임금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 서민들의 이야기를 양쪽 입장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이들의 처지를 살핀 특별판 기획기사에도 눈길이 머물렀다. 주한미군 사용자들이 국내법을 무시하고 막무가내 행동을 하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한국 근로자들이 협상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데다, 미군의 영향력이 강한 탓에 근로조건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구석구석 잘 살펴 보도했다.

“대선에서 노동의제 부각되도록 선점보도 준비해야”

박성국 : 지난해에는 통상임금이 노사문제 핵심 이슈였다. 이 논의가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어지길 바랐는데 공전되거나 진척이 안 됐다. 올해 현대자동차 교섭을 두고는 왜 노사가 싸우고 있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임금만 남았다. 이제 쟁점을 이동시켜야 할 때인 것 같다. 자동차산업으로 보면 전기차·친환경차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관련 기술 개발이 가속화하고 상용화할수록 조합원 고용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 문제는 앞으로 임단협 쟁점이 될 수 있다. 전기차·친환경차 도입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를 임단협 쟁점으로 끌어들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금속노조가 이 같은 주제를 고민하고 토론회도 개최했는데, 공개를 하지 않아 아쉬웠다.

김동원 : 올해 현대차 협상에서 노조가 특별한 요구를 했다. 친환경차 문제에 대해 노사합동 연구모임을 하자는 것이다. 변화나 혁신에 대해 보통 노조가 소극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 노조가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해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외국의 테슬라나 닛산의 최근 모습을 보면 전기차 전면화가 머지않은 것 같다. 전기차는 부품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자동차 부품사들로서는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박성식 : 노조 간부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미래자동차를 얘기할 때가 있다.

김욱동 : 고용문제에서 심각한 변동이 예상된다. 친환경차 도입은 세계적인 기류다. 우리 기업들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연윤정 : 독자고충 처리 사안에 대해 보고드린다. 4월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바로잡습니다>와 <알립니다> 보도가 각각 11건·7건이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 이름이나 통계보도에서 숫자를 오기하는 등의 실수가 있어 정정보도를 했다. 부당노동행위나 의혹보도 기사와 관련해 사용자들이 반론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정보도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동원 : 4개월간 축적된 것이라 다소 정정·반론보도가 많은 것 같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반론을 받아 준다는 것은 언론이 투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 좀 더 정확한 취재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회의를 정리해 달라.

김동욱 : 전기차·친환경차 개발에 따라 노사가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는 좋은 정보를 얻어 간다. 앞으로 현대차 임금협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고 조선업종 구조조정과 정기국회 등 살펴볼 사건이 적지 않다. 독자들이 원하는 주제들에 대한 취재와 보도 기대하겠다.

박성식 : 앞선 발언에 대해 추가하고 싶다.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로 결론 난 것과 관련해 노동개악 의제가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 이런 평가가 정말 맞는지에 대한 실제 근거는 아직 찾지 못했다. 과연 노동이 정치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수 있는 보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선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중대한 이슈가 될 수도 있다.

김준영 :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온 뒤에는 국민 기본수당 이슈가 자연스럽게 불거질 것이다. 대선 관련 이슈를 부각하기에 시간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내년 초면 각 당 예비후보들이 캠프를 꾸릴 것이다. 이때 노동이슈가 제기돼야만 대선까지 쟁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야 국회에서 법·제도 개선이 가능하다. 매일노동뉴스가 대선 이슈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양대 노총이 해야 할 일이긴 한데, 매일노동뉴스도 앞장서 달라.

김동원 : 저도 바라는 말로 마무리를 하겠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부산·경남이 쑥대밭이 됐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노동계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보도를 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업무 스트레스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상시 구조조정 태세로 바뀌고, 스마트폰이 도입되면서 24시간 일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 이 두 가지는 주목해서 살펴야 한다.

노동의 문화 현상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을 주제로 하는 문화는 계속 생산돼 왔지만 최근 유독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음악·영화·드라마를 만드는 작가나 예술가들을 만나 이런 현상을 진단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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