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상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왼쪽)과 이인상 한국노총 공공연맹 위원장이 29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열린 총파업대회에서 손을 잡고 공동 투쟁을 약속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29일 노동계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부문 공동파업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14개 사업장 6만2천여명, 공공연맹 소속 3개 사업장 6천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의 공동 총파업대회가 열렸다.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한국노총 공공연맹 조합원 1만여명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5만여명이 있는 여의도 문화마당에 들어가자 환호가 쏟아졌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과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어깨동무를 하고 ‘단결투쟁가’를 부르며 단상 위에 올랐다. 이날 대회에는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자 6만여명이 참여했다.

야당 의원들 “국회가 중재해 대화기구 만들겠다” 약속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동시 파업이 성사됐다”며 “박근혜 정권과 끝장 볼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양대 노총은 물론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한다”며 “공공부문노조들은 끝까지 함께 싸워서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대회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탄압하고 노동 3권을 해치는 반헌법·반법률적 행위를 국회가 함께 막아 내겠다”며 “빠른 시일 내에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성과연봉제는 이미 실패가 검증된 제도지만 낙하산 인사의 부패 경영 실패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시도”라며 “저성과자 해고와 연결되는 성과연봉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오늘 국정감사에서 중앙노동위원회 질의응답을 통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불법 파업 운운은 거짓말인 것을 입증했다”며 “모든 취업규칙 변경을 이익 여부와 상관없이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파업지지 발언에 이어 파업 사업장 노조 대표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은 “코레일 사측이 즉각 직위해제를 풀지 않으면 우리도 교섭은 없다”며 “파업에 돌입한 후 3일동안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면서 노조를 욕보인 자들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의용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은 “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사측의 불법적 회유와 협박이 난무했다”며 “노동자에게는 엄정한 법이 사측의 불법에는 너그럽다”고 비판했다. 박진우 근로복지공단노조 위원장은 “국민의 목숨과 안전을 담보로 공공노동자에게 해고연봉제를 들이미는 불법·탈법을 거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자”고 말했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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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투자기관 교섭 타결 소식에 5만여 조합원 환호

공공운수노조는 공공연맹과 공동 총파업대회에 앞서 각각 총력투쟁대회를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는 파업 3일차인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노동개악 저지! 성과·퇴출제 분쇄! 총파업 투쟁 승리! 공공운수노조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했다. 전 조합원 상경대회로 치러진 만큼 5만여 파업대오가 문화마당을 꽉 채웠다.

조합원들은 "검색 투쟁을 시작하겠다"는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포털사이트에 "공공기관 파업"을 동시에 검색하는가 하면, 파업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일일히 찾아보며 네티즌들의 분위기를 살피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시기집중 파업에 조합원들이 상당히 고무돼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집회 직전 타결된 서울시 투자기관 성과연봉제 집단교섭 결과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회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서울시 투자기관 노사는 이날 오전부터 집단교섭을 재개해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는 단위 기관별 노사합의로 결정하고, 저성과자 퇴출제 등 성과와 고용을 연계하는 제도는 시행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도출했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이 대회사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자 조합원들은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서울지하철 승무원 김정대(가명)씨는 "행정자치부가 성과연봉제 미도입 기관에 페널티를 준다고 하지만 워낙 성과연봉제·퇴출제 문제가 심각한 문제였던지라 페널티는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업 직후부터 대량 직위해제 등 사측의 도 넘은 탄압을 받고 있는 철도노조와 부산지하철노조 조합원들도 자기 기관의 일인 양 기뻐했다.

이종선 철도노조 차량조직국장은 "서울시 투자기관들이 좋은 내용으로 타결해 시작이 좋다"며 "좋은 기운들이 빨리 확산되면 정부도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무덕 부산지하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부산교통공사에서 조금 전 조합원들한테 '7개 도시철도 운영기관 중 우리 공사만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 사업장으로 남게 됐다'며 복귀하라는 문자를 보냈다"며 "공사가 성과연봉제를 철회하고 저성과자 퇴출제를 시행 안 한다면 복귀하지 말라고 해도 복귀한다"고 어이없어했다.

부산지하철노조와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조합원 4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박종흠 부산교통공사 사장 자택 앞에서 약식 집회를 진행했다.

곽재형 건강보험노조 강원본부 사무국장은 "파업 3일 동안 부산교통공사가 조합원들을 대량 직위해제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보고 있자니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조상수 위원장은 정부에 다시 한 번 노정교섭을 촉구하면서 국회에는 중재를 요구했다.

조 위원장은 "공공노동자 총파업 사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나서 달라"며 "다음달 3일을 1차 시한으로 국회와 정치권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노정교섭을 중재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3일까지 파업사태의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4일 서울 대학로에서 2차 전국파업집회를 개최하고, 장기파업 태세에 돌입해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윤자은·배혜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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