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사장님께서 (성과연봉제를) 안 하겠다, 어떻게 해 주겠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예. 지침이 내려와가 전국 143개 지방공기업이 전부 다 하는 건데. 우리한테는 처분 권한이 없는 상태인데 노조가 아예 하지 말라카니까….”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려는 회사와 이를 막으려는 노조의 파업으로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부산교통공사 관계자의 말이다. 파업 돌입 첫날인 지난 27일 사측은 파업에 참가한 직원 849명을 한꺼번에 직위해제했다. 부산지하철노조는 28일 박종흠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7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부산지검에 고소했다. 사측도 질세라 업무방해로 노조간부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의 노사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여기 다른 이야기도 있다.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는 28일 무기한 파업을 예정하고 있었다. 병원측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단체협약 개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임금체계 개편시 노조와 ‘합의’한다는 문구를 ‘협의’로 변경하고 하위 20% 저성과자의 자동승진을 제한하는 안을 요구했다. 같은날 병원측이 해당 안건을 철회해 극적 타결로 파업이 유보됐다. 이런 합의는 경북대병원이 기타공공기관이기에 가능했다. 정부가 성과연봉제 지침을 내린 119개 공기업·준정부기관, 143개 지방공기업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성과급제 도입 중단과 의료 상업화 반대를 내걸고 이날 현재 3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분회에 따르면 병원장은 교섭 자리에서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오면 거부할 용기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29일 노동계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공부문 공동파업을 벌였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14개 사업장 6만2천여명, 공공연맹 소속 3개 사업장 6천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 지침에 따른 성과연봉제 도입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불법파업’ 프레임을 씌워 노조 비난에 앞장서고,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긴급조정권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해결의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행정자치부·고용노동부에 두 차례 노정교섭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교섭을 거부했다. 국민의 이동권과 안전을 볼모로 상황을 악화시킨 주범은 정부다. 정부는 노조와 대화에 나서든, 지침을 철회해 개별 노사가 교섭으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하든 수를 내야 한다. 이것이 공공기관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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