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철도노조 파업이 불법이라는 황당한 정부 주장을 받아쓰는 것으로 지면을 채웠던 조선일보가 노조에 대해서 “고임금 노조의 낡은 노동운동”이라고 대서특필했습니다. 주요 언론들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단식회군 기사를 다룰 때 조선일보는 노조의 투쟁을 왜곡하고 비난하는 데 1면 머리기사와 3면을 통째로 할애했습니다.

기사를 접한 조합원들은 “저런 기사가 바로 성과퇴출제의 부작용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누군들 몰라서 기사를 저렇게 쓰겠나,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조합원들은 예상도 했지만, 한편 동정도 합니다.

조선일보 손장훈·홍준기 기자, 여러분들의 성과평가 기준은 대체 무엇입니까. 진실에 대한 보도입니까, 광고주와 권력에 대한 줄서기입니까. 언론노동자 여러분들의 노동은 안녕들 하십니까.

이번 파업 사태의 원인이 최근 전주지법 판결과 중앙노동위원회 국감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음에도 느닷없이 그대들은 제가 내년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사측과 극한 대립을 벌인다고 소설을 쓰고 있으니 조선일보 조합원들의 수준은 그러하십니까.

당신들의 기준으로 진실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저는 이미 수차례 밝힌 바와 같이 위원장 선거 출마는커녕 더 하라고 해도 하지 않습니다. 온 국민이 애통해하는 고 백남기 농민을 ‘병사’라고 우기면서 유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이 정권하에서 누구라도 노동조합 위원장을 하겠다면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중앙노동위가 적법한 쟁의대상이라고 결정했음에도 유독 철도노조만 불법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마치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인상을 결정했음에도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동결’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희대의 사기극입니다. 임금체계 변경을 둘러싼 노동쟁의가 ‘목적상 불법’이라는 정부의 궤변에 대해서 조선일보는 어떤 생각입니까.

조선일보에 등장하는 부산대 권혁, 고려대 박지순, 한양대 유규창, 성균관대 조준모 교수님. 여러분들의 노동은 안녕들 하십니까. 철도노조 총파업 선언문을 읽어 보셨는지요.

철도노조가 언제 ‘정부와 회사는 죽일 놈’이라고 했나요? 정부가 나서서 불법을 일삼고 오히려 일제강점기 유산인 업무방해죄로 교섭당사자들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할 때도 노조는 마지막까지 대화 상대인 사측에 대해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는데 왜 이러시는 겁니까. 나중에 모두 무죄가 나오더라도 일단 노조 지도부를 구속시키기 위한 영장을 남발하는 것은 결국 노조를 죽일 놈으로 몰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아닙니까.

철도노조가 민영화 반대 투쟁을 벌이는 것이 사회정의에 어긋납니까. 아니면 교수님들의 생각은 민영화를 찬성하는데 우리의 투쟁이 못마땅하십니까.

10년째 투쟁하고 있는 KTX승무원 비정규직의 눈물을 모르십니까. 비정규직 의제를 우리 노조가 제안하면 교섭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정부입니다. 안전의 외주화 비율이 높을수록 우수공기업으로 선정되고 성과급을 많이 받는다면서 정규직 이기주의를 조장했던 현 정부 공기업 정책에 대한 교수님들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청년실업 해소라는 미명으로 강행한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아직까지 철도공사는 하반기 신규채용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누가 양극화의 주범입니까.

“불편해도 괜찮다. 불의한 권력에 굴복하지 말아 달라” “우리의 미래를 팔지 말라”는 학생들의 대자보를 교내에서 보지 못하셨다는 말입니까. 임금체계를 사용자 맘대로 개악해도 된다면 해고 조건도 맘대로 완화될 것이고, 이것은 단지 철도노조만의 문제가 아닌 전체 국민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연구는 안 하시는 것입니까.

고임금 노동귀족, 불법 운운하는 것이야 말로 헌법을 부정하는 철 지난 낡은 프레임입니다.

“우리의 생산물은 시장의 먹잇감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다. 자본의 탐욕보다 우리 모두의 권리가 우선한다. 임금노동자의 몰락은 내수시장의 붕괴다. 미래를 잃어버린 청년들은 예비 노동자이고, 자영업자로 내몰린 구조조정된 가장들은 어제의 노동자였다. 우리 모두는 서로를 배려하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노동조합을 혐오하지 말라. 노동조합이 무너진 폐허에 경제민주화의 꽃은 피지 않는다. 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났고 전쟁 위기는 고조됐다. 오늘 우리의 투쟁은 내일 민중의 복지다” 9월27일 철도노조가 발표한 파업 선언문입니다.

언제라도 좋으니 오늘날 한국사회의 근본문제가 무엇인지, 노동운동이 나갈 방향이 무엇인지, 언론과 지식인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주제로 한 공개토론을 정중히 제안합니다.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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