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노동계가 한 치의 물러섬 없는 강 대 강 대치국면을 이어 가는 가운데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협상을 떠맡은 더불어민주당의 역할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투쟁 재개에 따른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가 향후 노정관계의 흐름을 뒤바꿀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지부가 파업을 재개한다면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동계는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경우 전면 연대파업을 경고한 상태다.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10일부터 시작되는 화물연대 파업이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도 관심사다.

야당들 노동계 투쟁 출구 마련할까

9일 현재 정부와 노동계의 대치국면은 세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성과연봉제 강제도입 저지를 내건 금융·공공부문 노조들의 투쟁·파업을 중심축으로 현대차지부를 포함한 민간 제조업노조(금속노조)와 화물노동자(화물연대)가 노동계 가을투쟁에 결합하는 모양새다.

금융·공공부문 노조들의 투쟁은 초기보다 파업 동력이 떨어졌지만 여론 동향은 그리 나쁘지 않다.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기 위해 노동계가 제안한 노정 교섭·대화 요청을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몰아가고자 정부부처 관료들이 모여 회의를 한 문건이 공개되면서 정부를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해졌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달 6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국회 차원의 중재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정부·여당에 다시 대화를 요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에 논의기구를 만들어 사회적 대타협을 하자”고 화답했다.

새로운 출구가 열릴 가능성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같은날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일부 대기업과 공공·금융부문 노조들이 여전히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정부·여당이 대화에 나설 여지는 좁아진 상태다. 청와대의 강경기류에 더불어민주당이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공공부문 노조들의 파업 역시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사관계는 노정관계에서 태풍급 이슈로 급부상했다. 애초 단위사업장 임금협상 문제에 불과했으나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하면서 노정갈등의 핵심 이슈가 된 것이다.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경고에 금속노조와 현대차그룹사 소속 노조들이 “연대파업에 나서겠다”고 되받으면서 노정 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현대차지부는 파업을 유보한 채 사측과 협상을 이어 가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협상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타결되지 않으면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투쟁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부가 파업을 재개하면 정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내에서는 “이미 공개적으로 꺼내 든 카드인 만큼 파업이 재개되면 발동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노동부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발동을 철회하는 게 정치적 부담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차지부가 파업에 돌입하고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노정갈등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게 된다.

노동계 파업 확산 차단, 정부 연이은 강수

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싼 대립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6일 관계부처 차관 6명 공동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운송거부 참여시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정부가 현대차에는 긴급조정권을, 화물연대에는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을 무기로 노동계를 압박하는 형국이다. 금융·공공부문 노조들의 파업으로 촉발된 가을투쟁이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지부 파업이 합법인 데다, 화물연대의 경우 개인사업자 신분이어서 정부로서는 긴급조정권이나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같은 강수를 꺼내지 않고서는 막을 도리가 없다. 화물연대의 파업은 이미 파업 중인 철도노조 투쟁과 맞물려 화물운송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반면 현대차 노사가 11일 이전에 극적으로 임금협상을 타결하고 화물노동자들의 파업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 노동계 투쟁이 수그러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중재 역할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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