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사장이 성추행·노조 탄압·인사 전횡을 일삼은 정황이 나왔다. 재단 사장은 ‘황신혜 밴드’의 리더 출신 김형태씨다. 김씨는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여성문화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대통령 소속 정책자문위원인 ‘문화융성위원회’ 문화산업분야 전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김씨는 2014년 6월 재단 사장에 임명됐다. 박근혜 대통령측 ‘낙하산 인사’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너 혹시 노조 가입했어?”=13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녹취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재단 경영기획팀 소속 A씨가 국립박물관문화재단노조 위원장을 맡게 되자 김형태 사장은 “노조가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한 뒤 A씨를 서비스운영팀으로 발령했다. 부담을 느낀 A씨가 위원장직을 사임하자 다시 경영기획팀으로 복귀시키는 인사발령을 냈다. 노조 위원장이 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형태 사장은 올해 7월 10여명의 일반계약직 직원들을 소집해 노조에 가입하면 징계 등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에 입사한 B씨는 회식자리에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김형태 사장의 눈 밖에 났다. 여기에 B씨가 노조에 가입하자 괴롭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형태 사장이 B씨에게 노조에 가입했냐고 물어서 B씨가 수긍하자 “내가 왜 사장이 됐는지 모르냐. 기존 직원들을 최대한 많이 잘라 내는 게 내 역할인데 노조에 왜 가입했느냐”고 말했다.

재단은 B씨가 이메일 서두에 인사말을 생략했다는 황당한 이유로 대기발령을 냈다. 공연기획을 담당하던 B씨에게 상품포장 업무를 맡겼다. 이후 식음료매장으로 발령을 내고 다시 야외매대로 발령내 음료 판매 업무를 시켰다. 이 과정에서 사직을 강요받았다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인사 전횡 정도가 아니라 김형태 공화국”=김형태 사장은 취임 후 수명의 지인들을 채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와 대학동문인 고아무개씨를 문화산업부장 자리에 앉혔고 김씨와 친분이 있는 홍대 인디밴드 멤버를 전문계약직 과장으로 채용했다. 이 외에도 김씨의 지인들을 3·4급 팀장, 전문계약직으로 채용한 정황도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제보자 C씨는 “인사 전횡 정도가 아니라 김형태 공화국”이라며 “김형태 사장이 취임한 뒤 2년 동안 퇴사자가 줄을 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형태 사장은 내가 사장인데, 내가 하라면 하라는 식의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며 “공공기관인데 사장 개인의 횡포가 너무 심했다”고 전했다.

B씨가 김형태 사장의 눈 밖에 나기 전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B씨는 “지난해 2월 수습사원이던 당시 김형태 사장이 노래방에서 허리에 손을 두르고 자신의 얼굴을 A씨의 얼굴에 밀착하는 등 수차례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김형태 사장은 “바닷가에서는 비키니를 입어야지”“비키니 쫙 입고 비치발리볼도 해야 볼 만하지”“너는 하체가 예쁘니 옷을 올려 입어야 한다” 같은 성희롱 발언을 일상적으로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B씨와 노조는 재단 사장을 강제추행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문화부에 특별감사 요청=김형태 사장의 행태는 이날 오후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회식 자리에서) 굳이 제 이름을 말하면서 자기 옆에 앉으라고 하시고 내 임기동안 승진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하면서 허리를 감싸고 볼을 부비고 점점 강도가 심해져서 너무 무섭고 수치스럽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씨의 증언 영상을 공개하며 “김형태 사장은 자신의 지위를 악용해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관리자로서 자격이 없음은 물론이고 사회적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신의원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형태 사장은 B씨에게 “인간이 아니구나. 인간쓰레기구나. 이렇게 생각을 해도 너는 이 회사에 버티고 다니는 게 중요하니”라며 “내 눈에 안 보이는 데다 배치를 할 거야”라며 사직을 강요했다.

국감에 출석한 김형태 사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검찰 조사를 통해 무죄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조윤선 장관은 “철저히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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