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야간 교대근로가 유방암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인정됐다. 장기간의 야간 교대근무를 독자적 요인으로 인정해 유방암의 업무상재해 폭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금속노조 법률원에 따르면 최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반도체 패키징 조립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서울 성수동 공장에서 22년간 야간 교대근무를 하다 지난해 11월 유방암으로 숨진 이아무개(사망 당시 46세)씨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서울질판위는 "교대근무는 유방암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고, 유방암 발병시까지 이씨의 교대근무시간이 총 22년으로 3조3교대를 하면서 상당한 빈도로 야간근무를 했다"며 "외국 연구사례보다 훨씬 더 많은 야간교대 근무를 해서 상병과 재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국제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서는 유방암과 관련한 직업적 요인으로 X선·감마선·에틸렌 옥사이드·교대근무 등을 지정하고 있다. 덴마크 직업병위원회는 20~30년 넘게 평균 주 1회 이상 야간근무(23:00~06:00)를 한 경우 직업병 인정을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근무방식이 유방암 발병 위험을 상당히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21년간 병원에서 매주 3회 야간근무를 하다 유방암에 걸린 간호사가 직업병으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이씨의 경우 1987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전신인 아남반도체에 입사했다. 입사 이후 유방암이 발병한 2009년 7월까지 22년 동안 3조3교대 근무를 했다. 전체 근로기간의 3분의 1 이상을 야간근무로 수행한 것이다.

다만 서울질판위는 유해물질 노출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야간 교대근로 이외의 다른 직업적 유해요인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을 대리한 박현희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교대근무 외에도 훨씬 더 많은 유해요인이 있지만 명확한 자료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머지 유해요인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면서도 "장기간 야간 교대근로를 독자적인 유방암의 직업적 원인으로 인정한 만큼 전자제품 제조업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항공사 등 야간 교대근로를 수행하는 많은 사업장에서 직업성 질병의 업무관련성을 확대하는 의미 있는 판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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