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악순환의 늪에 빠졌다. 회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수용하라고 노조를 압박하면서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파업도 조선업 구조조정 국면에 밀려 지지여론을 형성하지 못해 답답한 형국이다.

현대중공업노조 20일 시한부파업, 올 들어 7번째

20일 현대중공업노조에 따르면 노사는 올해 46차례 본교섭을 하고도 임단협 타결을 위한 의견접근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4시간 시한부파업을 포함해 올해만 7차례 파업을 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현대중공업 노사 교섭이 이처럼 길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5월께 시작한 교섭에서 노조는 △임금 9만6천712원 인상 △사외이사 추천권 △이사회 의결사항 노조 통보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퇴직자수만큼 신규사원 채용 등을 회사에 요구했다. 대부분 임금인상과 노조활동 관련 요구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 위기설을 시발점으로 조선업 구조조정 국면이 열리자 교섭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현대중공업은 6월 중순에 "보전·동력·장비·시설공사 등 설비지원부문을 자회사로 분사한다"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해당 부문에서 일하는 정규직 1천여명를 자회사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8월에는 현대중공업MOS라는 자회사가 설립됐다.

"경영에 문제없다던 회사 조선업 위기설 불거지자 돌변"

교섭 초기에 발표된 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은 134%였다. 지난해 연말 143%에서 경영상황이 오히려 안정화됐다. 각각 300%·7000%대의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건실한 경영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위기설이 불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노조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현대중공업노조 관계자는 "올해 초 수주가뭄이 점차 해소될 것이라던 사측이 갑자기 얼굴을 바꿔 교섭 자리에서 회사 위기와 조선업 위기를 언급했다"며 "설비지원부문 분사 계획이 발표된 이후부터 회사는 구조조정 필요성과 임금문제에 대한 노조의 대승적 결단만을 지겹게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교섭은 하반기에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건설장비사업부 분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해당 부서에는 4천2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전체 인원의 20% 수준이다. 현대중공업MOS 설립에 이어 전기전자시스템사업부·건설장비사업부 분사까지 이뤄지면 5천여명이 현대중공업을 떠나야 한다.

올해 5천여명 분사 추진 "외주화 확대로 노사관계 파국"

노조 관계자는 "대상 직원 상당수가 조합원들인데 실제 분사가 완료되면 1만5천여명의 조합원이 3분의 2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며 "노조의 반대가 뻔한데도 회사가 외주화 확대를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어 교섭이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7월부터 중단된 고정연장근무 시행과 하청노동자 임금삭감 원상회복을 회사에 새로운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회사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노조의 결단, 사실상 임금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다음주부터 노조간부를 중심으로 상경투쟁에 나선다. 정부에 조선산업 발전대책 수립과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노조는 12월 중순께 상급단체 가입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금속노조에 가입할 예정이다. 다음주부터 조합원을 대상으로 금속노조 가입 필요성을 알리는 교육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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