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으로만 떠돌던 최순실씨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JTBC는 지난 24일 “최씨 컴퓨터에서 박 대통령 연설문 44개를 비롯해 국무회의 발언·대선 유세문 등 200여개의 파일이 발견됐다”며 “최씨가 각 파일을 받아 본 시간은 박 대통령이 실제 연설하기 전이었다”고 보도했다.

사실로 확인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정치권과 국민적 비판이 높아지자 박 대통령은 25일 오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최순실씨는 과거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 등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며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사과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됐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 방송 15분 전 녹화한 것인 데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같은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성도 없고 해결 의지도 없는 면피용 기자회견이었다.

정치권의 비판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포털 검색 순위 1위가 '탄핵' 2위가 '박근혜 탄핵'으로 나온다”며 “최순실과 일당을 즉각 소환 조사하고 우병우와 문고리 3인방의 국기문란을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심 대표는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전 국민적 퇴진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특별성명을 내고 “속속 밝혀지는 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권력형 비리가 아닌 국기문란을 넘어 국정붕괴에 이르고 있다”며 “국가비상사태로 국회 국정조사와 필요하면 특검까지 해서 책임자를 엄정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어렵게 만든 나라가 한순간 와르르 무너졌다”며 “박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전날 시정연설에서 제기한 개헌 요구에 대해서는 “이 순간부터 대통령발 개헌 논의는 종료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조차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의 문서유출에 대해 깊은 유감과 함께 집권여당으로서 사과한다”며 “대통령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문서 유출에 대한 진상규명과 신속한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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