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이 올해보다 2천210억원 삭감된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비중이 줄어든 것은 제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재정관리 강화를 내세워 정부 부담을 줄이고 민간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25일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내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은 총액 기준 6조8천764억원이다. 올해(7조974억원)보다 2천210억원 감소한 액수다. 국민건강보험법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일반회계 14%, 담뱃값 부담금 6%)를 국고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내년 일반회계 지원금은 4조8천828억원으로 올해(5조2천60억원)보다 3천232억원 삭감됐다. 법정 기준(14%)에도 못 미치는 11% 수준이다. 지난해 일반회계 지원규모가 5조2천6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천961억원이나 줄어들었다.<그림 참조>

정부 지원금은 지난해부터 삭감되기 시작한 반면 담뱃값 부담금을 통한 지원은 크게 늘었다. 담뱃값 부담금을 통한 건강증진기금의 건강보험 지원액은 2014년 1조191억원이었는데, 지난해 담뱃값이 인상된 뒤 1조5천185억원으로 49%나 급증했다. 내년 지원액은 1조9천93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게 된다. 일반회계 지원이 줄어든 몫을 국민 주머니를 털어 조성한 담뱃값 부담금으로 충당한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한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이 내년 말로 종료된다. 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기준을 변경하거나, 술이나 담뱃세·유류세 같은 간접세를 늘려 정부지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야가 지속적인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정부 반대에 부딪혔다.

정부는 다른 한 축으로 사회보험 투자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도 조율 중이다. 올해 기준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건강보험 준비금(적립금)을 투자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공단 준비금의 관리운용 방법 등에 관한 고시(안)’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투자 활성화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정부 정책방향과 조응한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것은 재정적·인구학적 요인이 아니라 정치적 요인”이라며 “국고지원이 감소하면 건강보험 재정불안이 커지고 보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과도하게 설정된 준비금 적립한도(보험급여의 50%)를 낮추고, 기준치를 상회하는 비용을 보장성 강화에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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