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이 시행한 각종 정책이 비선실세들에 의해, 그들의 이권을 위해 좌지우지됐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앞으로 드러날 진실은 또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문화·체육정책과 대북·안보정책만은 아닐 것이다. 고용률 70% 로드맵부터 이른바 노동개혁 광풍, 파탄 난 사회적 대화까지…. 노동정책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헌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계획·시행된 정책이기 때문이다.

거국 중립내각이 됐든 하야가 됐든, 탄핵이든 간에 박근혜 대통령이 식물대통령이 됐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의 주요 노동정책을 다시 살펴봤다. 민주주의와 헌법이 농락당한 4년간 노동정책은 도대체 어떠했을까.


정권 비호 아래 자본가들 노조파괴 자행
이재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장

▲ 이재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장

전경련을 비롯한 재벌기업들이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를 통해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박근혜 정권에 반영시켜 왔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된다. 재벌의 입김이 사회 곳곳에 반영되면서 사용자들은 노조탄압을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 용역깡패를 동원하고, 어용노조를 만들어 민주노조를 부수려는 사용자들의 행태는 누가 봐도 불법이다. 불법이 만연한 데도 경찰과 검찰, 고용노동부는 자본가들을 옹호하는 데 급급했다. 노조가 ‘불법행위를 제대로 수사해 달라’고 요구하는 찰나에도 사용자들은 불법을 저질렀다.

갑을오토텍 사태에서 이 같은 상황이 잘 드러난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사용자에 의한 공격적 직장폐쇄가 논란이 됐지만 노동부나 경찰 어느 곳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는 경찰을 향해 공권력을 투입해 노조를 몰아내라고 압박했다. 최근 회사는 경찰서 앞에서 관제데모를 하며 담벼락을 넘어가려는 등의 이상행동을 했다. 노동자가 경찰서 담벼락을 넘어가려 했다면 바로 체포됐을 것이다. 공권력이 자본가 편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사용자들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자본가들은 불법행동을 하면서도 두려움이 없다. 박근혜 정권하에서 자본가들은 득의양양하다.

노동자들은 노조파괴·부당노동행위 사태를 단위사업장에서 싸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됐다.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는 투쟁에 노동자들이 나서고 있는 이유다.


비정규직 문제 개선할 절호의 기회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느닷없는 혁명적 정국의 도래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이 좌초됐다. 민주개혁 정부라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통틀어 악화일로이던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할 절호의 기회다. 여소야대로 입법부 조건도 양호해진 만큼 사용자 편익 우선에서 노동자 중심으로 정부 노동정책과 국회 입법의 무게중심을 확실하게 옮길 계제다.

더 이상 대증요법으론 안 된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관철시켜야 한다. 우선 비정규직 2대 해법인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채용을 핵심으로 하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과 차별시정의 대전제인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더불어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특수고용 노동자성 보장도 병행돼야 한다. 고용안정 및 차별시정과 함께 노동권 보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활임금제도 확대와 맞물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강행하고자 했던 기간제 사용기간 4년 연장과 파견 확대는 잘못된 대책이므로 즉각 폐기해야 한다. 노조를 만들어 활동해 온 비정규 노동자들의 당면 입법요구도 주목해야 한다. 원청 사용자의 직접교섭 책임과 쟁의기간 대체인력 투입 금지, 업체 변경시 고용·단체협약·근속 승계부터 시급하게 실현돼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초래한 외주하청 구조를 근절하는 특단의 대책도 절실하다. 서울시처럼 공공부문에서부터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모델을 늘려 가면서, 불법파견과 위장도급을 악용해 비정규직을 양산해 온 재벌대기업부터 전수 실태조사 후 처벌하고 시정해야 한다.


천박한 노동관 가진 정권, 사회적 대화는 파탄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박근혜 정권의 불통과 독재가 판을 치면서 노사관계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지고,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국기문란으로 대한민국이 멈춰 섰다.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계층은 노동자·서민이자 국민이고, 한국 경제와 사회는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사회통합을 하려면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다. 선진 민주주의 핵심장치로서 사회적 대화와 노사관계를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에서 사회적 대화의 장이라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재벌대기업의 숙원과제 해결을 위한 민원창구로 전락했다.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가 1년여간 논의했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일반해고·취업규칙 임의변경 같은 킬러아이템이 정부 주도로 강행 추진됐다. 그 과정에서 노사정 협상은 공식이 없어진 비정상회담으로 진행됐다. 불투명하게 비민주적으로 운영됐다. 게다가 정부·여당은 노사정 합의 다음날 합의내용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노동 5법을 발의·강행 추진하고, 법이 정하고 있지 않은 2개 지침을 일방 시행했다.

박근혜 정권에서 노동은 경제에 부속된 장식에 불과하고, 노동조합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일 뿐이었다. 파트너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천박한 노동관을 가지고 있다. 노동문제를 다루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비선실세와 전경련, 박근혜의 눈치를 보며 꼭두각시 놀음을 했고, 노동은 20여년 전으로 후퇴했다.

박근혜 정권 집권 3년8개월 동안 노사관계는 완전 실종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노동개악은 무관치 않다.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을 바로잡기 위한 한국노총과 2천만 노동자의 선택은 분명하다. 노동개악 폐기와 박근혜 퇴진이다.


재벌 유착 비선실세 국정운영과 노동정책은 판박이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공공기관노조 조합원들은 최순실 사태 이후 왜 성과연봉제가 집단적으로 불법 도입됐고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지 수수께끼가 풀렸다고 말한다. 역대 정부마다 공공기관 개혁을 겪었던 공공노동자들이지만 ‘박근혜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밀어붙이는가’ 하는 의문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복지축소·임금피크제·성과퇴출제·민영화로 이어지는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은 가장 비정상적으로, 최악의 폭압과 불통으로 추진됐다.

역대 정부와 달리 경영평가 성과급뿐만 아니라 임금동결까지 압박하며 임금교섭권을 박탈하는 위헌적 조치를 동원했다. 같은 보수정부인 이명박 전 정부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노조의 저항이 컸던 성과연봉제와 초임삭감에 대해서는 대상을 관리자로 축소하거나 원상회복하는 수정이 있었는데 지금은 대화조차 안 한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고 공약해 놓고, 정반대로 민간부문으로 노동개악을 확산시키는 희생양으로 삼았다. 4·13 총선 패배 후 민심에 역행해 합법적 노동개악이 어려워지자 공공부문부터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강행했고, 의료·에너지·철도 민영화 대못 박기에 나섰다.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한 800억원 강제모금에 대통령과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나서고, 대통령이 연초 노동개악과 민영화 추진의 강한 의지를 밝힌 전모가 드러났다. 대통령도 비선실세의 바지인데, 주무 장관과 청와대 수석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에 불과했고 정책조정은 재벌이익을 키우는 방향으로만 이뤄졌다. 재벌과 유착한 비선실세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국정운영의 판박이가 바로 공공기관 정상화 정책 추진이었고 성과연봉제의 불법강행과 공공파업 장기화였다.


일자리 정책 ‘노동이 경제’라는 관점에서 재구성하자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추진했던 박근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이제 끝났다. 투자 대비 미흡한 성과라는 정책 실패도 문제지만 국민이 더 이상 박근혜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국회에서는 내년 예산심사가 한창이다. 정부는 올해보다 10% 증가한 17조5천억원을 일자리 예산으로 제출했다. 정부 주요 정책 중 가장 높은 예산 증가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자리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 특히 청년실업률 상승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21일 감사원이 공개한 ‘청년고용대책 성과 분석’ 감사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노동부의 대표 청년일자리 사업인 ‘청년인턴지원 사업’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인턴 기간을 끝낸 7만5천명 중 91%가 정규직이 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이 끊긴 6개월 뒤에는 고용유지율이 57%로 뚝 떨어졌고 1년 후에는 46%, 1년6개월 뒤에는 40% 이하로 낮아졌다. 청년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정책을 청년일자리 대표사업으로 홍보했던 것이 박근혜 정부와 노동부다.

이제 일자리와 노동정책의 근본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 ‘노동이 경제’라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일자리의 질과 양은 물론이고 국가 차원의 노사관계,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국가경영의 주요 가치로 삼아 제대로 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 노동선진국은 모두 경제선진국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지금 국민 모두가 큰 절망에 빠져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미래는 지속된다. 함께 지혜를 모아 난국을 헤쳐 나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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